생애 처음 프랑스 칸 영화제를 찾은 일본 여배우 카라타 에리카(20) 얘기다. 카라타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아사코1 & 아사코2'(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주인공. 데뷔작으로 레드카펫을 밟고,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라간 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칸 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카라타는 "세상에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애써 의연한 척 레드카펫을 천천히 걷는데 치마가 구두에 걸린 거예요. 한참을 낑낑거렸죠.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도와줘서 어렵게 계단을 올라갔어요. 그렇게 영화를 보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메시지를 엄청 보내왔더라고요. 이렇게요. '실시간으로 다 봤어. 아, 카라타답다니깐!'(웃음)"
↑ 영화 '아사코 1& 아사코2' 의 한 장면. |
'아사코1 & 아사코2'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첫 장편. 카라타가 열연한 아사코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여자로, 똑같은 얼굴을 한 두 남자를 사랑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아, 굉장히 나랑 닮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행동하고 거짓말이 없거든요. 그래서 감정이입하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어요."
카라타는 2015년 후지 TV드라마 '사랑하는 사이'로 데뷔했다. 한국에선 LG전자 'V30' 광고 모델, 가수 나얼의 '기억의 빈자리'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가 일본 저 외곽 치바현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은 의외라면 의외. "고교 2학년 때 목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스카웃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패션잡지를 좋아했어요. 원래 꿈은 모델이었죠. 처음에 친구들은 다들 만류했어요. 그래도 전 무언가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소속사에 들어갔고, 연기 레슨을 받았고, 이렇게 배우가 된 거예요. 지금 돌이켜봐도 짧은 기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웃음)"
카라타는 생애 첫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이라는 기적까지 이룰 것인가. 수상 유무를 떠나 그가 언젠가 한일 양국을 오가는 대표 여배우가 되리란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칸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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