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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멍때리기대회 우승자는 15살 중학생 "멍 때리는게 내 적성"

기사입력 2018-04-22 15:04 l 최종수정 2018-04-29 15:05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게 생각보다 힘드네요. 하하"

2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누가 더 '생각 없이' 오래 버티는지를 겨루는 '제3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주최로 열렸습니다.

구호 없는 몸풀기를 마치고 경기에 돌입한 '선수'들은 봄치고는 썰렁한 날씨와 가끔 떨어진 빗방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량을 뽐냈습니다.

캠핑용 의자에 대형 파라솔까지 단단히 무장한 한 남성 참가자는 입을 '헤∼' 벌린 채 눈을 감았습니다. 한 여중생은 교과서를 집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한 뒤 무표정하게 '멍'의 세계로 향했습니다.

70여명의 선수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대회장 한쪽에선 선수들이 직접 참가 이유를 적어넣은 게시판이 설치됐습니다.


한 참가자는 '임용고시 생활 4년째인데 독서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임용고시 수험생, 공시생, 취준생을 대신해 하루만 공식적으로 멍 때리겠다'고 적었습니다.

'경찰관의 뇌도 쉬어야 합니다', '이유를 쓰라는데… 멍…'이라는 글귀도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까지 매년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택배 기사 김덕관(28)씨는 "하루 15시간 이상 밥도 못 먹고 쉬지도 못하며 일하는데 이제 좀 쉬고 싶어서 출전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중반으로 치닫자 탈락자와 기권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졸거나 자면 안 되고 웃거나 노래를 불러도, 잡담을 나눠도 실격 처리됩니다.

딸과 함께 출전했다가 약 50분만에 기권한 박보선(여)씨는 "가만히 있는 게 생각보다 힘드네요"라며 깔깔 웃었습니다. 그는 "아이 셋 키우면서 쉴 시간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멍 때리면서 쉬려고 참가했다. 머리가 깨끗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회는 이제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도 초등학생부터 회사원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반려 거북이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최 측은 90분 동안 15분마다 체크한 선수들 심박 수와 현장에서 받은 시민 투표 결과를 종합 평가해 우승자를 선정했습니다.

영예의 우승 트로피는 교과서 던지기 퍼포먼스를 한 중학교 2학

년생 양희원(성남 은행중)양에게 돌아갔습니다. 파란색 체육복 바지에 교복 상의 차림을 한 그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양 양은 "학원에서 멍하니 앉아있다가 선생님께 지적받은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멍 때리는 게 내 적성인 것 같다. 잘하는 것을 찾아낸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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