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캔당 2원 통행세' 하이트진로…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1캔당 2원 통행세' 하이트진로…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맥주와 소주업체로 잘 알려진 재계 55위 하이트진로에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생맥주 기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던 서영이앤티, 하이트 진로 회장의 장남이 지분 73%를 인수한 뒤인 2008년부터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기존에는 하이트진로가 맥주캔을 만드는 회사와 직접 거래했는데 이 사이에 서영이앤티를 거치게 하면서 100원인 355mL 맥주 캔 납품가에서 1캔당 2원의 수수료를 내게 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지원을 받으면서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일 년 새 6배나 급증했습니다.

실제 생산을 하지 않는데, 중간에서 유통비용을 늘려 매출을 잡는 이른바 '통행세' 방식을 사용한 것입니다.

4년여 동안 56억 원을 더 벌었고, 매출은 8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조짐을 보이자, 하이트 진로가 나서 이면 합의서를 써준 뒤, 비싼 값에 서영이앤티의 자회사를 하이트 진로 협력업체에 팔기도 했습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사업 경험이 전무한 서영이앤티가 중소기업시장에 침투하여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영이앤티는 지주회사 지분을 27% 넘게 확보했고, 하이트 진로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경영권 승계가 거의 마무리 됐습니다.

공정위는 이를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보고 100억 원대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이트 진로 측은 "맥주 캔은 경쟁사 가격대로 올려받았고, 자회사 매각 가격도 적정했다"면서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