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중국 방문과 세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방중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중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으로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를 완벽하게 복원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읽은 연설문까지 정독했습니다.
당대회 때 화제에 올랐던 이 연설문은 중국어로 출력했을 때 총 68쪽에 달하는 양으로, 시 주석은 당시 3시간 24분 동안 이를 막힘없이 읽어나갔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철학과 비전을 비롯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이해하려고 연설문을 꼼꼼히 읽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아침회의 전에 연설문을 다 읽었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느낀 점을 정리해 말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은 시 주석이 제왕적인 집권 2기를 이끌 것처럼 표현했지만 시 주석은 연설에서 민주적 리더십과 함께 생태환경, '인민에 대한 영원한 공복'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가슴이 새로운 중국을 만들기 위한 가치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방중 준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신뢰관계 회복의 방점을 찍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중국 CCTV를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도 "시 주석은 말과 행동에서 아주 진정성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호평하는 등 시 주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의 철학을 모두 이해하고 만났을 때 두 정상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시 주석도 '문 대통령이 나를 이렇게 잘 이해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면서 "중국도 그런 진심과 정성에 중국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7개월 사이에 세 번째로 만나는 두 정상이 대면 횟수를 늘려가면서 껄끄러웠던 양국 사이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면서 친밀도를 높여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53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현안을 해결하느라 머리를 맞대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입지를 다진 문 대통령이나 1982년부터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부서기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지방만을 돌며 역량을 닦은 시 주석이나 중앙이 아닌 지방에 정치적 성장의 배경을 뒀다는 점도 공통분모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