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선정돼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을 놓고 갑작스럽게 어음 판매 실태 점검에 돌입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정된 일정이었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발행어음 인기에 놀란 은행권이 금감원을 상대로 일종의 민원성 제보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 인가 직전 은행연합회가 공식 자료를 내놓고 '초대형 IB 불가론'을 내세운 것과 맞물려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7일 금감원은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한투 본점과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발행어음 판매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자율과 만기 등 상품 주요 내용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됐는지 담당자를 상대로 질의에 들어갔다. 발행어음이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발행회사 신용위험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제대로 설명됐는지가 점검 핵심 포인트다. 8일까지 본사 점검에 나선 뒤 11일을 기점으로 지점 영업실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이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초부터 초대형 IB 인가 직후에 실태점검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며 "공교롭게 한투만 발행어음을 팔 수 있게 돼 한투만 콕 집어 점검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민원이나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매해 허위 과장 광고는 없었는지 사전 예방 차원에서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은행 측이 금감원을 상대로 모종의 제보를 흘렸을 거란 소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투 발행어음은 지난달 27일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5000억원어치 물량이 단숨에 팔려나가는 괴력을 보였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한투 측은 1년 만기 어음 금리를 연 2.3%로 정했는데,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예·적금 최고금리 대비 0.1~0.2%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한투 도산 가능성은 희박해 투자자 입장에서 단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적금시장을 독점하던 은행이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틀 만에 5000억원어치 물량이 동날 정도로 판매 속도가 빨랐는데 일선 창구에서 투자자보호 설명 절차 등이 잘 이뤄졌는지 은행 입장에서는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한투를 필두로 미래에셋대우 등 다른 초대형 IB 역시 인가를 받는 대로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라 이번 실태 점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어떤 문제 제기를 할지 은행권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한투 측은 점검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투 관계자는 "한투 신용을 걸고 내놓은 상품이라 불완전 판매
한편 한투 측은 이르면 다음주 초 발행어음 추가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발행 초기처럼 5000억원 규모 거액을 한번에 발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장원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