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선을 처음 돌파한 것은 2007년 7월 25일(종가 기준)이었다. 그 후 무려 123개월 만에 2500선을 뚫은 셈이다. 코스피가 조만간 2500선에 안착할 경우 주가 3000시대를 향한 심리적 저항선도 허물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는 불과 열흘 만에 10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코스피 업종별 상승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바이오(9.3%), 철강(6.0%), 유통(4.5%), 자동차(4.2%), IT(3.8%) 순으로 나타났다. 먼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3분의 1에 육박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이 2500 돌파의 주역으로 꼽힌다. IT를 도와 코스피 2500 돌파를 이끈 '명품 조연'은 바이오와 철강, 그리고 사드 관련 피해주로 꼽혔던 화장품·유통 등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휴 이후에만 10% 넘게 추가 상승했다. 한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9일부터 점차 순매수 강도를 높이면서 수급 측면에서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에서 1600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날 30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근 외국인 매수는 미국 증시 호조에 따른 글로벌 자산배분 차원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북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일부 둔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또 코스피 1차 랠리 이후 어느 정도 차익실현이 이뤄졌다는 점도 2차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보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사상 최고치의 요인을 따져보면 기본 동력은 기업이익 호조이지만 최근 상승 요인은 미국 경기지표 개선에 따른 미국 증시 호조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 경기 호조가 금융시장에서의 위험자산 선호 흐름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가 연내 2600까지 상승 가능하며 연간 기업이익이 15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3000시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코스피 2차 랠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3분기 호실적과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도 코스피 3000시대를 향한 디딤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2020년까지 3년간 실시할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 22조4157억원 가운데 배당으로 3조9919억원, 자사주 매입으로 7조1393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총액과 자사주 매입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주주환원율이 49.7%에 달한 셈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40조원을 넘을 전망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배당 폭탄'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가배당률을 최소 전년 수준(1.58%)으로 맞출 경우 최근 주가 상승을 감안할 때 올해 상반기 분기당 7000원이던 배당액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주주환원율이 작년과 같은 수준일 경우 하반기에만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최소 13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다른 대기업으로 '도미노 현상'을 가져오면서 배당주 랠리까지 더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증시 상승세도 코스피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닛케이는 23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가며 전날에 비해 239엔(1.1%) 오른 2만1696.65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가 15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신헌철 기자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