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구절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바로 ’꽃’의 구절의 시점이 바뀌어있다.
해당 구절은 지난 14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변혁의 사랑’에서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는 사고뭉치 재벌3세 변혁(최시원 분)이 운명의 상대인 알바족 백준(강소라 분)을 만난 뒤 읊는 구절이다.
변혁은 사랑하는 연인이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한 뒤에도 시를 읊는다.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이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시의 구절들이 사용되는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드라마에 시가 사용되고 있다. 유명한 시이건 아니건 해당 캐릭터의 마음을 짧고 함축적인 시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유명한 드라마 속 시라고 하면 단연 tvN 드라마 ’도깨비’를 꼽을 수 있다. 900년을 외롭게 살아온 도깨비(공유 분)가 천둥 같은 사랑을 느끼는 순간과 맞아 떨어지는 구절.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사랑과 관련된 시만 인용하는 건 아니다. KBS2 ’학교2013’에서는 흔들리며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용했다. 선생님(장나라 분)은 학생들에게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읊어주며 현실에 지친 아이들을 위로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드라마에서 시의 구절을 인용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배우의
드라마를 보면서 문학도 즐길 수 있다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예상치 못한 드라마에 나올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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