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메르스 유가족이 힘을 합치지 못하도록 관련 부처가 대응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박근혜 정부가 신경 쓴 건 재난이 아닌, 여론 대응이었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15년 5월.
박근혜 / 전 대통령 (2015년 6월 15일)
-"다 함께 전국가적으로 전력투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국민 생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며…."
당시 6개월간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적 재난 대응보다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MBN이 확인한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유가족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슈화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2015년 7월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메르스 유가족들을 모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사전에 제어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합니다.
"감염병 희생자의 유가족이란 점에서 모임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앞선 회의에서도 "유가족과 격리자 등을 모아 국가대상 집단 손배소를 추진한다는데, 모니터링하고 대응방향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10명 사망자 유가족을 묶어 집단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통상적 차원'의 유가족 접촉 외에 지나친 관심은 삼가라"고 지시합니다.
메르스 당시뿐 아니라 사회적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청와대 주도로 '여론 조성'을 적극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고엔 "'종북세력'의 척결 계기로 삼는 언론보도가 조성되도록 하라"는가 하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 발표 전날엔 "'귀족노조 기득권 지키기'란 점을 부각"하라고 미리 지시하는 등 청와대는 우호적인 여론 관리에 전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MBN 뉴스 김문영입니다. [nowmoon@mbn.co.kr]
영상편집 : 박기덕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