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지난 4월12일의 불꽃 튀는 투수전이 다시 한 번 재현됐다. 야구가 열린 장소도 투수전을 벌인 두 외국인 투수도 모두 같았다. 주인공은 브룩스 레일리(29·롯데 자이언츠)와 메릴 켈리(29·SK와이번스)였다.
레일리와 켈리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와 SK의 시즌 팀간 12차전에 나란히 선발로 나왔다. 좌완(레일리)과 우완(켈리)이라는 점 빼고, 둘은 닮은꼴 판박이 투수다. 지난 2015시즌부터 3시즌째 같은 팀에서 활약 중이고, 나이도 1988년 동갑내기에, 둘 다 미국인이다.
이들은 이날 눈부신 투수전을 펼쳤다. 1회초 등판한 켈리는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롯데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다만 1회말 올라온 레일리는 제이미 로맥에 내야안타, 김성현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결국 정의윤에 적시타를 내줘 실점하고 말았다. 하지만 켈리는 2회초 선두타자 이대호에 초구 중월 동점 솔로홈런을 맞았다. 물론 이후 세 타자를 삼진 1개를 곁들이며 모두 범타처리했다. 켈리는 3회초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 롯데 레일리. 사진=MK스포츠 DB
레일리도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선두 김강민에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범타처리했다. 레일리는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켈리는 4회초 2사 후 이대호를 사구로 내보냈지만, 득점권까지 위기를 맞지는 않았다. 5회는 삼자범퇴, 6회는 2사 후 나경민에 안타를 맞았지만 역시 실점은 없었다. 7회도 삼자범퇴였다. 8회는 선두 이우민에 안타를 허용했지만 역시 실점은 없었다. 투구수는 113개에 삼진은 10개였다. 레일리는 6회말 1사 후 최정에 안타를 맞았지만, 정의윤을 유격수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 SK 켈리. 사진=MK스포츠 DB
다만 8회말 마운드에 오른 레일리는 선두 나주환에 안타를 맞고, 이성우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공을 배장호에게 넘겼다. 102개의 공을 던진 시점이었다. 그리고 배장호가 로맥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결국 레일리의 실점이 됐다. 순식간에 레일리의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롯데는 9회초 무사 만루에서 전준우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3-2로 역전에 성공했고, 9회말 SK공격을 막아 승리를 거뒀다.
근데 따지고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4월12일 인천 롯데-SK전에서도 둘은 눈부신 투수전을 펼쳤다. 당시도 레일리가 7이닝 1실점, 켈리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SK가 1-0로 앞선 9회초 롯데가 SK 두 번째 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강민호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어 두 투수 모두 노디시전이 됐다. 당시 승부는 12회말 연장 승부 끝에 SK가 최정의 끝내기 안타로 2-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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