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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치닫는 중국 권력투쟁…시진핑 2기 지도부 `윤곽`

기사입력 2017-07-27 15:46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 선출과정은 세계에서 가장 은밀한 것으로 유명하다.
5년마다 한번씩 전국에서 모인 대표들이 200여명의 중앙위원, 25명의 정치국원, 7명의 상무위원 등 피라미드형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것만 알려졌을뿐, 어떤 식으로 정견을 발표하고 득표활동을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분명한 사실은 치열한 권력투쟁이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베이다이허 회의다.
홍콩 언론들은 최근 리펑 전 총리를 비롯한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베이다이허에 속속 집결해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의 하계 회합으로, 매년 7~8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비공개로 개최된다. 보통 7월말 정치국회의가 끝난 뒤 시작해 열흘 정도 이어지는데 올해도 지난 25일 정치국회의가 폐막한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번 주말 회합이 시작될 전망이다.
예년같으면 당정의 고위급 인사와 주요 국책사업, 거시경제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지만 올해는 최고지도부를 개편하는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주요 계파간 권력 배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원톱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각 계파와 원로들이 어느 정도 수긍할지가 관건이다. 기존에 알려진 세력구도는 '즈장신군(之江新軍 시진핑의 저장성 서기 시절 관료인맥)'을 비롯한 시진핑 친위세력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공청단파로 나뉘었으나 갈수록 균형추가 기울고 있다. 상하이방은 이미 반(反)부패 칼날을 맞아 다수가 제거된 상태인데다 고령의 장쩌민(91)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베이다이허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단파 역시 시진핑 정부에서 예산지원이 축소돼고 결속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특히 회합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발표된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에 대한 기율위 조사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쑨 서기는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5년 전 정치국원이 된 뒤 차세대 지도자를 꿈꾸고 있었다. 천다오인 상하이 정법학원 교수는 쑨정차이 낙마에 대해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 전에 정적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5일 '철의 기율로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쑨정차이에 대한 조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엄격한 당관리와, 당 기율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시진핑주석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 셈이다.
유력주자인 쑨정차이가 낙마한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누가 차기 지도부에 진입하느냐로 쏠린다.
우선 왕후닝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은 상무위원 선출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각 시 주석의 정책실장과 비서실장 격으로 그동안 시 주석의 모든 해외순방, 정상회담에 배석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와 같은 공청단파인 왕양 부총리와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우며 지도자 수업을 쌓아온 후춘화 광둥성 서기도 계파 안배 차원에서 상무위원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남아있는 변수는 천민얼 충칭 서기의 '월반'과 왕치산 기율위 서기의 상무위원 유임이다. 낙마한 쑨정차이의 자리를 물려받은 천민얼은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 시절 선전부장을 맡아 현지 신문에 매주 시진핑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간 쓰면서 시 주석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에는 지난 4년간 구이저우성 부성장에서 성장으로, 다시 서기로 고속 승진한 데 이어 이번에 4대 직할시 중 한곳인 충칭 서기로 영전하며 정치적 위상이 한단계 높아졌다.
왕치산의 유임 여부는 공산당 원로들 사이에서 더 큰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그동안 '7상8하'(七上八下) 관례에 따라 68세가 넘으면 최고 지두부에 선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른 팔'과 같은 존재인 왕 서기를 유임시키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관철된다면 시 주석 본인의 장기집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왕 서기를 통해 관례를 깨면 시 주석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5년 더 임기를 연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최근 공산당의 전국 지역별 지도부 개편에서 시 주석의 측근들이 중용된 반면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들은 대거 자리를 내줬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지난 6월말까지 이뤄진 31개 성(省)·시·자치구 지도부 개편에서 서기와 성장급 62명 가운데 절반이 교체됐는데 시 주석과 푸젠성, 저장성 등지에서 함께 근무한 측근 인맥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방 1인자인 당 서기 중에서는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류시구이 하이난성 서기, 바인차오루 지린성 서기, 리시 랴오닝성 서기, 리창 장쑤성 서기, 천하오 윈난성 서기, 천취안궈 신장자치구 서기, 천민얼 충칭시 서기, 두자하오 후난성 서기 등이 시진핑 측근그룹으로 분류된다. 성장급 가운데서는 잉융 상하이시장, 러우양성 산시 성장, 류치 장시성장, 위웨이궈 푸젠성장, 스타이펑 장쑤성장, 왕샤오둥 후베이성장 등이 꼽힌다. 이에 반해 장쩌민 계열 인맥으로는 한정 상하이 서기, 리훙중 톈진시 서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 권력 교체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당대표들이 올 가을 당대회에 참석해 계파 이익에 따라 중앙위원과 정치국원, 상무위원 등 피라미드식 지도부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경쟁 계파 세력이 약화된 상황에선 지도부를 시진핑 측근들이 대거 차지하고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확고해질 전망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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