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식품업체 '직격탄'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임명된 이후 한 달 동안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오너의 편법 경영, 가격 담합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 방침을 밝혀 관련 업계 1등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최저임금은 올라가는데 제품 가격 인상은 '언감생심'이라 식품업체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내수 대표 종목인 BGF리테일·GS리테일(편의점), CJ제일제당(가공식품), 농심(라면)의 18일 현재 시가총액 합계는 14조8323억원이다. 4개 종목 시총은 김상조 위원장이 임명된 지난 6월 13일 이후 한 달 새 2조3127억원 증발했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은 19.5%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으로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한동안 내수주가 반짝 상승했지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공정위가 식품업계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 6월 16일 농심에 대한 증권사 3곳 이상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1137억원이었다. 이는 한 달 후인 지난 17일 기준 1111억원으로 낮아졌다. 한 달 새 2.3%가 하락한 것이다. CJ제일제당과 GS리테일 영업이익 예상 수치 역시 같은 기간 1%씩 이상 낮아졌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와 같은 수출주의 영업이익 예상 수치가 대폭 상승 조정된 것과 대조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수출주에 이어 내수주까지 코스피 상승의 '온기'가 퍼질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진 셈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편의점 업계 1위 BGF리테일은 최저임금 인상과 지주사 전환 우려, 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에 한 달 새 시총이 1조원 이상 사라졌다.
한 달 새 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도 0.3% 하락했다.
시총 5967억원이 감소한 편의점 업체 GS리테일은 실적 악화 예고까지 악재가 겹쳤다. 편의점 수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2분기 실적 약세 전망이 나온 것이다. 후발 업체 중 하나인 위드미가 브랜드 이름을 '이마트 24'로 변경하고 대규모 투자까지 단행하는 것도 위협 요소로 평가받는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한 곳당 월평균 순이익이 300만원 수준인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시간당 1만원까지 상승할 경우 인건비만 254만원 증가한다"면서 "점포가 너무 많이 증가해 한 곳당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어 성장성도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한 달 새 시총 3358억원 감소를 겪은 CJ제일제당 역시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종목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2% 감소해 185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식품 원료 가격은 올랐는데 최종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가 CJ제일제당의 불공정 행위(2011~2014년·대리점들에 할인판매 금지 요구)를 적발한 사실이 있어 추가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시 공정위는 과징금 10억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라면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은 작년 말 라면 가격 인상이 올 상반기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격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2012년 공정위는 라면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농심이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올리는 방식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결국 대법원 판결에서 라면 업체들이 승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시점에서 제품 가격 인상이
다만 이들 4인방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은 위안거리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은 GS리테일과 CJ제일제당에 대해 각각 1445억원, 947억원 순매수 중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