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세계 누비는 진격의 K머니 ◆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주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들은 영국 고속철도인 하이스피드원(HS1) 인수전에 유력한 후보군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
HS1은 영국 유일의 고속철도로 런던과 파리를 잇는 고속철 유로스타가 다니는 선로다.
런던과 영국해협 터널까지 이어지는 109㎞의 선로와 이 구간에 속한 4개의 역사 관리권과 이용권이 인수 대상이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가 12억파운드(약 2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중 본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현재 컨소시엄 2곳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중 한 곳은 영국계 달모어캐피털 컨소시엄으로 DIF(네덜란드), 엠버인프라스트럭처·GLIL(영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주요 공제회와 보험사 등이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참여해 컨소시엄을 이룬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에퀴틱스&인프라레드 캐피털 파트너스' 컨소시엄에는 국민연금이 참여할 예정이다. K머니 간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HS1 지분은 캐나다 연기금인 온타리오교직원연금과 보레알리스 인프라스트럭처가 2010년 영국 정부로부터 공동 인수해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인수 당시 2040년까지 30년간 운영권을 얻었다.
이후에는 다시 영국 정부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자산을 돌려줘야 한다. 이번에 인수하는 컨소시엄은 나머지 23년간 운영권만 갖는 셈이다. 이 기간 예상 수익률은 연 7~9%에 달한다.
2조원 규모 영국 고속철도 사업 인수전에 국내 국민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대거 참여하면서 이른바 'K머니'로 불리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투자자금 간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1년 새 5000억원 이상 '빅딜'을 놓고 K머니끼리 맞붙은 것은 지난해 10월 독일 최고층 빌딩인 프랑크푸르트 '도이체방크 타워'와 올해 6월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빌딩'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K머니의 잇단 활약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올 상반기 중 해외 실물자산(부동산·인프라스트럭처 등)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총 10조원을 웃돈다. 국내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미국과 유럽 일대 주요 도시 부동산에 지분이나 대출채권 형태로 직접 투자한 금액만 9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현지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 자금까지 더한 수치다.
올 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실물투자는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이전보다 풍부해진 영향이 컸다. 아울러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자산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투자 자금 역시 매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연금 관계자는 "퇴직한 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고도 매달 수천억 원 규모의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며 "제한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 투자가 급증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