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선거캠프에서 있었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일명 '차떼기 사건'입니다. 사과 박스 한두 개도 아닌, 트럭째 옮긴 이 사건으로 정치계는 물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었죠.
때문에 2006년부터 정당이 후원금을 받는 제도가 폐지되며 의석수 비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도록 했지만 의석수가 적은 소수 정당은 늘 자금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불평등이 생겼고,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이달 말까지 개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기다렸다는 듯 국회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협치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정당이 연 50억 원의 정치자금을, 선거가 있는 해에는 100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이 법만 꺼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겁니다.
11년 만에 부활한 정당 후원금.
반응은 이렇습니다, '제 밥그릇만 챙긴다', '속이 훤히 보인다', '구타 유발자들이다'
어제까지 국회에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 안건은 총 5,999건.
여기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 예산안과 재벌개혁 등 각종 민생법안이 전부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온 국민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 법안들은 그대로 두고, 정당 후원금 모금 법안 딱 하나만 통과 시킨 거죠.
사실 새 정부 초기엔 '잘 해보자'는 의미로 야당도 안건 처리에 적극 협조합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등으로 그 전례마저 깨질 정도로 대립이 심한 지금, 후원금 모금은 어째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헌재도 바꾸라'고 했겠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중앙당 후원회가 필요하다'고도 하니 물론 명분은 좋습니다만, 국회의원에게 국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건지, 국민들의 삶을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할 법을 만드는 게 그들의 본분이란 건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