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당한 후 미국으로 반출됐던 송광사 오불도가 제자리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92) 씨가 한국을 찾았다.
마티엘리 씨는 20일 서울 종로구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오불도 기증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송광사 오불도가 원래 고향으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미국에서 집을 이사하면서 오불도를 포틀랜드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티엘리씨는 1958년 한국에 와 30년 동안 주한 미8군 미술품 담당자로 근무했다. 송광사 오불도는 그가 인사동 골동품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것이다.
그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던 오불도를 표구를 해서 보존했다"면서 "도난품인게 밝혀지고 이렇게 원래 자리를 찾으니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결혼했고, 아이들도 낳아 길렀기 때문에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면서 "한국이 1960∼1970년대 근대화를 거치며 옛 것들을 내다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인사동에서 하나 둘 사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자승 총무원장은 "도난물품이 자연스럽게 돌아온 예가 아주 드문데 정말 감사드린다. 문화재 환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광사 오불도는 조선 후기 화승인 의겸이 1725년 제작한 '오십삼불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24일 개막하는 특별전에서 송광사 오불도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