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지난해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중 진입하는 열차에 불의를 사고를 당한 '김군'의 사망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청년·노동단체가 모였습니다.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소속 직원인 김모(당시 19세)군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하게 일하는지를 보여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망 당시 소지품이 각종 정비도구와 끼니를 때울 컵라면 하나였다는 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힘들게 돈을 모으던 사연 등이 속속 전해지면서 많은 이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돈 27일 구의역 1번 출구는 인도와 1개 차도 20여m에 김군을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주변을 오가던 행인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함께 자리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지하철비정규노동자사망사고시민대책위원회는 "학교, 일터 등에서 위험한 사회를 지적하고 노력해왔지만 1년이 지나서나 사고, 죽음은 여전히 반복된다"고 말했습니다.
김군의 동료였던 박창수(29)씨는 편지로 "너의 희생으로 온 국민이 PSD 노동자를 알게 됐고 많은 변화를 겪는 중"이라며 "너의 못다 한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추모했습니다.
사고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윤지영 변호사는 "공공 영역에서 경영 효율화라는 미명하에 이윤 극대화, 비용 절감이 최우선의 목표가 됐었다"며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윤 변호사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했다는 게 구의역 사고에서 드러난 현실"이라면서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청년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PSD를 비롯해 추모 문화제에 참여한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더운 날씨 속에도 대부분 어두운 옷차림을 하고 왼쪽 가슴에 '기억하자 잊지말자'라고 적힌 검은 띠를 매달았습니다.
'잊지 않을게',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변화를 가져온 당신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편히 쉬세요' 등 김군에게 보내는 글도 한 글자씩 적었습니다.
사고 이후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지난해 9월부터 직영으로 전환하고 안전업무직 142명을 채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개선할 점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은 "서울시, 공사 등과 계속 협상해왔고 '안전업무직'이라는 무기 계약직이 도입되긴 했지만 임금, 근로조건 등에서 여러 차별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업무직 노동자이라 밝힌 한 남성은 "사고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중규직'이 생겨났다"면서 "중규직, 비정규직을 어린 세대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함께한 청년·노동단체들은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법률로 보장하고 지하철의 정시 운행보다 생명 안전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생명안전선언'을 외쳤습니다.
이들은 "누구도 집에 월급을 가져가기 위해 생명을 걸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하는 사람에게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추모 문화제를 끝낸 참석자들은 김군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9-4 승강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그의 죽음을 기리며 한 명씩 국화꽃을 헌화하기로 했습니다.
문화제에 앞서 구의역 앞에서는 '김군'의 동료인 서울메트로 안전업
서울지하철 안전업무직 임선재씨는 "구의역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대책은 정규직 전환"이라면서 "박원순 시장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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