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가 흔들린다. 매년 연말 시상식이 열리면 대상을 비롯한 각종 주요 부문의 수상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개그계의 불안한 현실에 대해 말하곤 했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코미디 프로그램과 후배들을 위해 자신들의 기쁨을 만끽하기 보다는 뼈있는 수상소감으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MBC 공개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야’가 폐지된 뒤 그해 연예대상을 거머쥔 유재석은 “후배들이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 방송하고 싶다. 그들이 이 자리에도 함께해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당시 인기상을 수상한 이경실 역시 “자꾸 상을 줘서 잘못된 버릇 만들지 말고, 그냥 후배들에게 일자리 하나를 더 줘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이들의 노력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담하다. MBC는 공개 코미디 ‘개그야’와 ‘하땅사’, 콩트 코미디 ‘꿀단지’가 모두 폐지된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개그 코미디를 내놓지 않고 있고, SBS ‘웃찾사’ 역시 어렵게 부활했지만 다시금 폐지설에 휩싸이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존하는 최장수 개그프로그램이자 유일한 지상파 공개 개그 무대인 ‘개그콘서트’마저 언제부턴가 ‘위기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더니, 위기를 극복하고 후배들을 응원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900회 특집’마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랜 역사의 의미가 응축된 의미있는 축제의 분위기는 냉각됐고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개그맨들 간 오랜 ‘불통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갈수록 더 암울해져만 가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웃음 새싹들’은 그저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공개 코미디라는 형식이 처음 시청자분들께 선보인 것이 벌써 20년”이라며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 공개코미디를 통해 많은 끼 있는 어린 친구들과 후배들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안 해본 형식의 코너가 없을 만큼 많은 코너들을 만들었고 고민했습니다. 부디 개그맨의 꿈을 꾸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를 꺾지 말아 달라”며 진심으로 호소했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장논리와 시청률이라는 잣대를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어떤 영광이든 정체와 위기는 따르기 마련이고,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좀 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건강한 웃음을 위해 그간 그들이 보여주었던 열정과 노력에 신뢰와 믿음을 보여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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