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둘다 모두 끝까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역전을 의미하는 '골든크로스'를 자신있게 외치고 있다. 이때문에 여론의 관심은 이들 세 명 가운데 누가 2위를 차지할 것이냐에 쏠린다. 2위를 확보해야 1위도 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 후보가 진보 진영의 공고한 지지를 확보한 반면 두 후보는 보수 표심을 놓고 시종 경쟁자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선일을 앞두고 5일간 실시한 여론조사는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최종 순위를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계 개편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비록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3위와 일정한 격차를 두고 아깝게 석패한다면 향후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고, 차기 대권을 도모할 가능성도 남게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대권 도전은 없다고 선언한 문 후보를 논외로 하자면 보수 결집을 주창한 홍 후보, 그리고 소속 정당의 정치적 명운을 등에 걸머진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등에게 설혹 1등을 못한다 해도 결코 2등이 무의미하진 않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은 애초 야권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보수진영의 엄살만은 아니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만큼 처음에는 옛 여권에 대한 심판론이 우세해 보였다. 실제로 각 당 경선 기간에 여론조사상 수위권을 야권 후보가 싹쓸이할 정도였다. 대권 재수생인 문 후보가 시종 앞서 달렸지만 한때 '보수의 전략적 선택론'에 힘을 입은 안 후보가 오차 범위 이내로 문 후보를 따라잡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안철수 바람의 발원지는 여권 성향의 보수 표심이었다. 보수 후보가 지리멸렬하자 반문재인 정서의 표심이 안 후보에게 쏠렸던 것이다. 이로 인해 공식 선거운동기간 초반만 해도 안 후보가 보수성향 유권자의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심지어 대구·경북(TK)에서도 수위를 달렸다. 하지만 선거전 중반 이후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눈에 띄게 확산되기도 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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