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일 에쓰오일 수석부사장
에쓰오일 주가는 이후 한 달 동안 주춤했다. 그러다 지난 21일 201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주당 10만원(장중 기준)에 도달했다. 열흘 전에 발표한 파격적인 배당정책 덕분이었다. 지난 10일 에쓰오일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지난해 결산 배당수익률 6.7%는 코스피200 상장사 평균(1.76%)의 네 배에 달한다. 지난해 순이익의 6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회사 측 발표 이후 지난 29일까지 주가는 13.1% 급등했다.
최근 에쓰오일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파격적인 '폭탄 배당'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영일 에쓰오일 수석부사장(CFO)은 3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에쓰오일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일관성 있는 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며 "회사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회사의 배당 여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지난해 배당금을 크게 늘린 것은 순이익 급증(6313억원→1조2053억원) 때문만은 아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재원 확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경쟁사 대비 재무안정성도 좋아져 당분간 양호한 실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배당 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조 수석부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잔사유고도화(RUC)와 올레핀하류시설(ODC)에 대한 투자는 자금 마련 계획이 순조롭다"며 "앞으로 이익 규모와 자본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가치가 최대화되는 방향으로 배당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RUC와 ODC 시설은 수익성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에쓰오일이 지난해 5월부터 시공에 들어간 5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고부가가치 수익구조 다변화 노력에 따라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중동산 원유가격 상승·중국산 석유제품 확대와 같은 정유사 수익성 악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에쓰오일 영업이익률은 9.9%로 국내 경쟁사 평균(8.2%)보다 높았고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도 9.7%로 업계 평균인 6.7%를 크게 웃돌았다.
대규모 선제적 투자의 결실은 올해와 내년에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 10곳 이상이 제시한 올해 에쓰오일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1조7050억원과 1조3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와 8.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회사 측이 지난해 수준으로 배당(주당 6200원)을 유지할 경우 최근 주가 상승을 감안해도 6%대 이상의 결산 배당수익률은 지속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탄탄한 재무구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순차입금 규모를 2014년 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재무 부담이 완화됐다"며 "낮은 차입금은 불안정한 금융 상황 속에서도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결과로 나
고배당 정책이 최대주주(지분 63.4%)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배불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수석부사장은 "아람코는 배당정책의 고려 사항이 아니고 그들의 원유 수출대금 규모에 비하면 에쓰오일의 배당금 규모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