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계야구 수준이 올라갔나, 아니면 한국야구 수준이 떨어졌나.” 네덜란드에게 패한 다음날, 김인식 감독이 받은 질문이다.
김 감독은 씁쓸해 하면서 말했다. “더 이상 한국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다.” 전자 혹은 후자,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맞는 말이다’는 뉘앙스였다.
세계야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야구는 뒤처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충격의 4일 보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는 한국야구의 자화상이었다.
↑ 2017 WBC는 한국야구의 속살을 드러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경기력으로 부족했다. 잘 한 게 없기 때문에 당연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주장 김재호(두산)이 선수 대표로 밝힌 자아비판이었다.
무엇이 더 문제였을까. 상대보다 더 못 치기도 했고, 더 못 던지기도 했다. 거꾸로 그나마 무엇은 나았다는 말일 텐데, 그런 건 없었다. 투-타의 불균형이었다. 강한 투수를 못 이기는 타자, 강한 타자를 못 이기는 투수. 그것이 김인식호가 2017 WBC에서 보여준 한국야구였다.
이스라엘을 A조 1위로 이끈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이 밝혔듯,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상대 투수가 워낙 잘 던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구속, 구위 등 차이가 났다.
부러움도 섞인 시선이다. 새로운 에이스의 부재는 한국야구의 과제다.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을 마친 뒤 김 감독은 극적인 역전승에도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 같은 에이스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년 4개월이 지난 뒤 달라진 건 없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투수가 강해야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이후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투수가 있나. 그런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의 가장 급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 2017 WBC는 한국야구의 속살을 드러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10개 중 3개만 잘 치면, 3할타자가 된다. 하지만 단기전에 타율은 의미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공격의 날카로움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대만전도 확실히 승기를 잡을 찬스를 놓치면서 스스로 난제를 만들었다.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등 메이저리거가 합류할 경우 무게가 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은 28명의 선수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층이 두꺼워야 한다.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좋은 타자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3할타자가 넘치는 KBO리그는 타고투저로 뒤덮여있다.
야구계는 비통한 심정이다. 그러나 새로울 건 없다는 반응이다. 예견된 참사라는 것. 다른 의미의 버블현상이다. 아프지만
근시안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손을 댈 곳도 많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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