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으로 새 출발한 여당 내부에서 '대선 전 개헌' 주장이 재부상하고 있다. 한때 여야를 막론하고 봇물처럼 쏟아졌던 대선 전 개헌론은 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권주자들의 반대로 세력이 크게 위축되는 듯 했다.
하지만 탄핵심판 시기와 결과 자체가 유동적으로 흐르고, 대권 구도가 '문재인 대 비문재인'으로 고착화되면서 비문 진영의 마지막 반전 카드로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의 고위 관계자는 14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대선 전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며 "문재인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은 개헌 세력이 총연합하는 것"이라고 다시 불을 지폈다.
◆ 개헌으로 非文 연합정권 포석
이 관계자는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 여야 합의가 안될 경우 개헌에 찬성하는 여야 의원 200명의 서명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헌안 발의에는 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이 필요하지만 국회 가결선인 200명 이상을 확보해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핵심부는 특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 비문재인 개헌파들과의 물밑 교감을 통해 대선 전 개헌론을 재점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자유한국당이 '대선 전 개헌' 카드에 올인하는 것은 독자 집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민주당 주자들이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가는 구조인데다 보수와 중도 진영의 후보단일화 가능성도 아직 안갯 속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을 전후해 개헌이라는 대형 이슈를 던져 선거판을 흔드는 동시에 비문 진영의 정치적 융합을 촉진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전에 분권형 개헌이 되면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민주당 비문 세력이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며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단언했다.
만약 대선 전 개헌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할 경우에도 개헌론은 '다목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대선 직후 개헌을 약속하고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안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과 민주당 개헌파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국회 다수를 차지한 비문 진영이 조기 개헌을 압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대선 전 개헌 물리적으로 가능?
만약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되는 동시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를 공고한다고 해도 최소 20일의 대국민 공고 기간이 필요하다. 국회는 공고일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게 돼 있지만 민주당측이 60일을 다 채우자고 주장하고, 의결 후에도 30일을 채워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90일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개헌 찬성파들은 공고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 규정이 모두 '이내'로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합의를 통해 전체 소요일을 한달 정도로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보궐 선거가 예정된 4월 12일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개헌 방향성과 관련해서도 분권형 개헌으로 입장이 모이고 있는만큼 방식을 놓고 다툼이 있을 것이란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높은만큼 최대한 속도를 내 대선 전 개헌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헌특위 소속인 강효상 의원도 "국민의당은 거의 전원이 대선 전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대선 전이라도 200명이 넘게 찬성한다면 개헌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 등 국민의당 개헌파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민심은 대선을 몇달 앞당기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개혁을 요구한다"며 "한국판 마그나 카르타가 선언되면 반개헌 세력은 개헌을 무산시키거나 지연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주류의 반대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기조차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헌특위 소속 여당 의원은 "대선주자별로 개헌 입장이 달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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