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수상 소감은 아니었다.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한 배우에게 주어지는 ‘연기대상’이었음에도 그다지 긴 수상 소감도 아니었다. 준비된 것은 없었던 듯 하다. 그러나 그 수상소감에 대해 ‘영혼 없다’, ‘성의 없다’고 평가할 수도 없었다. 주관적인 잣대로 그 사람의 내면을 평가할 순 없었다.
배우 이종석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2016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W’로 대상을 수상했다. 100% 시청자의 투표로 대상을 결정하는 이번 시상식에서 이종석의 수상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고,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 이종석에게 대상 트로피가 전달됐다.
시상식 내내 이종석은 함께 ‘W’에 출연한 배우 한효주, 김의성, 이시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즐거운 듯한 모습이었다. 수상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축제를, 그 분위기를 즐기러 참석한 듯 보였다. 배우가 시상식을 대하는 태도로는 최고였고, 이상적이었다.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이종석은 무대에 올라 “제가 남들처럼 멋있는 소감을 잘 못한다. 정말 감사드린다. 팬분들 감사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대상 수상자가 말하기엔 짧은 수상 소감이었다.
이에 MC 김국진은 이종석을 붙잡고 “아까 최우수상을 받아서 대상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냐. 그런데 받았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거듭 물었다. 이종석은 “청심환 두 알을 먹었는데 끝날 때가 되니까 가슴이 뛴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상 수상 소감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 성의 없어 보인다는 등 이종석의 수상 소감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였고, ‘논란’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이종석의 모습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종석은 가장 유력한 대상 수상자로 언급돼왔기에, 왜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않았냐는 말조차 들었다. 그러나 ‘대상 수상 소감’을 길게 해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의가 없다’는 말을 들어야 할 정도일까.
자신의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채 전달되지 못했을까 걱정한 이종석은 시상식이 끝난 뒤 31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못다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제 평생 이렇게까지 떨렸던 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 경황이 없어서 고마운 분들께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 못한 것 같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더 낮은 자세로 주신 상의 무게만큼 열심히 보답할게요. 진심으로
말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조금은 서툴렀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이종석도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거다. 이종석이 전한 ‘감사’의 마음을 깎아내리거나 거짓이라고 폄하하는 건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닐까. 누가 이종석에게 ‘성의 없다’고 성급히 돌을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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