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O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할9푼대(0.290)를 기록했다. 이들은 2014년 이후 최근 3시즌 연속 0.280 이상의 평균 타율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고통의 투수들을 압도한 타자들의 폭풍 성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①편에서 세웠던 세 가지 가설을 각각 검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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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평균타율이 처음으로 0.290에 도달한 2016시즌의 타격왕은 최형우(KIA)였다. 그가 기록한 타율 0.376은 KBO의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시즌 타율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첫째 가설은 몸쪽 코스에 대한 대처로 대표되는 타격 기술의 발전이다. 강력하고 빠른 몸통 회전으로 몸쪽 공을 받아쳐 안타와 홈런을 만들어냈던 2012시즌의 박병호가 트렌드의 선구자가 됐고, 많은 타자들이 그를 벤치마킹하면서 전체 타자들의 기술적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가정이다. 박병호(미네소타)의 타격을 살펴보면 2011년도와 2012년 이후(~2015년까지) 몸쪽 공 대처 관련 기록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병호의 연도별 몸쪽 중간/하단 공 대처 관련 기록은 크게 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시즌은 2012년과 2014년으로 두 시즌 모두 해당 코스에 대한 장타율이 9할대를 넘어섰고 그에 따라 전년도 대비 홈런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KBO 통산 최다안타, 득점, 타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양신’ 양준혁(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조차 “현역 시절 몸 쪽 깊이 찔러오는 빠른 공에는 마땅한 대처법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양 위원은 “당시만 해도 그런 공이 올 때면 파울로 걷어내려 했다”고 기억한다. 타자들에겐 오랫동안 몸쪽 볼을 대처하는 마땅한 묘책이 없었다. 완벽한 제구로 던지기 힘든 공이기도 하지만, 몸쪽 공은 투수들에게 ‘필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박병호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몸통 회전을 이용한 타격으로 이 존의 공들을 받아치기 시작하고, 그를 벤치마킹한 다른 타자들 역시 몸쪽 공에 대한 대처가 좋아지면서 리그의 투-타싸움 밸런스에 균열이 시작됐다.
위의 표는 KBO 전체 타자들의 몸쪽 공에 대한 타율 및 홈런의 변화다. 뚜렷한 상승추세가 보인다. 전체 홈런에서 몸쪽 공을 받아친 홈런 비율은 우타자와 좌타자 모두 2011년에 비해 2016년의 기록이 약 2배에 이른다. 특히, 좌타자의 몸쪽 공 상대 성적은 더욱 변화가 컸는데, 타율은 2011년에 비해 2016년에 약 0.044가 오른 0.296까지 점프했고, 몸쪽 공 홈런 비율도 3.5%에서 7.6%까지 크게 상승했다.
타자가 몸쪽 볼을 대처할 수 있게 되면 타석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안정될 확률이 높다. 거기에 더해 몸쪽 볼을 홈런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는 확신은 한층 자신감 있는 스윙을 가능하게 한다.
두번째 가설은 스윙 궤적의 대세적인 변화다. 투수의 투구 궤적을 맞받아치는 슬라이트업 스윙이 대세가 되면서 타자들의 정타 확률이 높아졌고 이는 인플레이 타율(BABIP)이 높아지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봤다.
최근 3년 동안 발사각도에 따른 타구 성질(땅볼, 라이너, 플라이, 팝업)의 결과를 살펴보면, 라이너 타구의 타율 상승폭이 가장 크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타구 성질(땅볼, 라이너, 플라이, 팝업)을 평균 타구속도와 함께 확인해 보았을 때, 연도별 평균 타구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 역시 라이너 타구였으며, 타구속도의 변화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타자들의 몸쪽 대처 능력 향상과 최적화된 스윙 궤적은 데이터상으로 살펴봤을 때, ‘타고투저’를 만들어낸 타자들의 성장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 타자들은 몸쪽 공을 주로 커트해내는 대처에 그쳤지만,
요즘 타자들은 투수들의 ‘필살기’ 존으로 들어온 공 역시 안타, 더 나아가 장타로 만들어내면서 투수와의 싸움을 압도하게 됐다. 여기에 최적화된 스윙 궤적으로 유리한 발사각도의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타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③편에 계속>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