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주인공 최순실(60·구속)씨가 과거 독일에서 직접 소유했던 사업체가 최소 두 곳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도 최근 국내 자금의 ‘해외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더블루K·비덱과 마찬가지로 사업목적과 실적자체가 베일에 쌓여있고, 생긴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씨가 이번 사태에 앞서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돈세탁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독일 법인등기 및 기업정보서비스 사이트인 머니하우스를 조회한 결과, 최씨가 대표로 등록됐던 독일 현지 업체들 두 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설립된 회사들로 모두 3년이 안돼 청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최씨의 독일 업체는 총 4 곳이다. 최근 국내자금의 독일 현지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더블루K와 비덱, 전 남편인 정윤회씨와 함께 1992년 설립했던 유벨(Jubel Import-Export GmbH), 그리고 독일 ‘현지 조력자’로 알려진 윤영식씨(일명 데이비드 윤)와 동업했던 럭셔리(LUXURY-Handels & Vertriebs GmbH) 등이다.
지금까지 조회되지 않다가 갑자기 드러난 최씨 소유 업체는 ‘동나마(DONGNAMA Gastronomie- und Handels GmbH)’와 ‘JH(J.H. Handels GmbH)’ 등 두 곳이다. 동나마는 1998년 9월 9일 설립돼 약 만 3년만인 2001년 9월 19일 청산됐다. JH는 이보다 조금 앞선 1996년 12월 18일 설립돼 약 2년 만인 1999년 1월 27일 문을 닫았다. 두 업체는 모두 프랑크푸르트의 위성도시격인 슈발바흐에 소재했다. 두 업체간 거리는 걸어서 4분 거리일 정도도 가까이 있었다.
JH 기업정보 란에는 ‘기계, 원자재, 직물, 선물용품 등 각종 상품 수출입’이라고 쓰여있다. 동나마는 ‘아시아, 특히 한국음식점 운영 및 아시아 식품, 주방용품, 선물용품 수출입’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독일 현지에서 최씨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한 교민은 “오래전이긴 하지만 최씨가 직접 여기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장사를 한 것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3~2005년 최씨가 소유했던 명품 유통 사업체 럭셔리에서 최씨와 공동대표를 지낸 유모(46)씨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최순실은 실제 업무를 보지도 않았고, 회사를 관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최씨는 회사설립을 통해 독일에 지속적으로 왕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은 뒤, 뒤에선 뭔가 다른 일에 지속적으로 매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동나마와 JH회사는 최근 최씨의 해외 돈세탁 창구로 지목받고 있는 ‘쌍둥히 회사’ 더블루K-비덱스포츠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비슷한 소재지에 유사한 업종, 서로 겹치는 사업 운영 시기 등 당시도 현재와 어느 하나 크게 다를 게 없다.
추가로 드러난 최씨의 유령회사 2곳이 유벨과 럭셔리 사이의 공백기인 1998년~2002년 사이 설립됐다 청산된 배경도 의문이다. 최씨가 지난 92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페이퍼컴퍼니들을 설립하고 청산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독일 현지 기업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최씨가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임시로 회사를 설립했을 수도 있지만 사업을 계속하면 될 것을 굳이 설립과 청산을 반복한 점이 뭔가 수상하다”며 “독일의 평균 기업 수명이 70년인 것을 감안하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대표를 내세운 점도 최씨가 독일에서 운영한 업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JH는 최 모씨를, 동나마는 최모(59)씨, 정모(51), 조모(49)씨를 번갈아 가며 대표로 내세운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런 점도 독일검찰의 탈세혐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후 갑자기 최씨가 청산한 더블루K, 비덱스포츠와 판박이다.
여태껏 조회되지 않았던 최씨 운영 회사들이 최근에서야 머니하우스에 등장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매일경제는 이에 대해 머니하우스측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독일 교민은 “독일 세무당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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