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조직개편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재용식 삼성 조직개편’이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내년쯤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본인의 색깔을 내는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는데 그 시기가 1년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계기는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하면서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미래전략실을 축소할 것인지 또는 해체할 것인지를 놓고 몇가지 시나리오가 몇달전에 돌았었다”며 “이 부회장이 충동적으로 청문회에서 밝혔다기보다는 여러 방안이 준비된 상황에서 ‘축소’보다는 ‘해체’를 선택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는 큰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그 시기는 특검이 끝나는 내년 4월경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조직을 축소하면서 삼성전자 밑으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겠냐는 설이 많다”며 “미래전략실 해체를 통해 과감한 세대교체도 단행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해체의 핵심은 정경유착의 단절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 마지막 발언을 통해 “정경유착이 있었으면 구태를 끊겠다”면서 “저 자신을 포함해 환골탈태하겠다”라고 밝힌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래전략실이 ‘구태’의 환부로 지적 받자 완전히 단절하고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뉴삼성’으로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충격적이면서도 상징성이 큰 결심이라는 평가다. 삼성이 수십 년간 그룹 전체를 통괄해온 컨트롤타워는 해체 됐다가도 또다른 이름으로 부활해왔던 조직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또다른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지적했지만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제도를 유예해주고 있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있는 상태였다”면서도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해체를 선언한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미래전략실의 역할 및 구조 등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며 “이참에 그룹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개편해야겠다고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안갯속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측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이사회 후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 밝히면서 인적분할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관측에도 지주회사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 무리하게 추진하려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합병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무리한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할 경우 결국 저항에 부딪히게 될 수 밖에 없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회에 상정된 법안들도 변수다. 회사 분할때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한다는 것을 골자로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게 되면 인적분할을 통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 전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부담이다. 이같은 법이 통과하기 전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서둘러야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안과 경영진 위원회를 따로 설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검토 될 수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특히 기업의 규모로 봤을 때 삼성전자가 전략실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법이 합리적이지만 이 경우 미래전략실 없앤다더니 결국 전자 안에 이름만 다른 사실상의 미전실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전문경영인과 이재용 부회장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삼성전자의 기존 기능과 통합하면서 흡수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가령 삼성전자에도 자체 대관업무팀이 있고 홍보조직도 있기 때문이다.
[송성훈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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