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 깜짝 등장한 가수 양희은이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했던 첩보영화 수준의 당시 공연 상황 뒷얘기를 공개했다.
양희은은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 다음날인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 후기를 올렸다.
촛불집회날인 26일 대구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던 그는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올라가 시간 맞추기가 정말 애가 탔으나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3시부터 공연에 들어간 양희은은 공연을 마치고 긴박하게 서울로 가는 길에 나섰다.
양희은은 당시 대구 공연장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한 상황에 대해 “공연장 양 옆으로 박사모와 촛불집회 대치 상태를 뚫고 동대구역까지 KTX를 타기 위해 전철로 이동”했다며 “겨우 오후 4시 51분 KTX를 탔고, 그 다음부터는 첩보영화 수준으로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해 광화문까지 이동. 그리고 약속된 시간 4분 전에 무대에 도착. 노래(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인파가 이미 밀집해 있는 광화문 광장의 무대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예정된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사설 경비원의 힘까지 빌려야 했던 것이다.
그는 이어 “아침이슬은 46년째, 상록수는 39년째, 그렇게 파란만장한 노래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불씨를 되살려 제게 돌려 주시니까. 그분들께 진 그 큰 빚을 갚아야 눈을 감더라도 감고 떠날 수 있겠지요”라고 말했다.
이날 사전 예고 없이 등장한 양희은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무대에 올랐고 이어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를 잇따라 열창했다.
촛불집회에 모인 150만명의 시민들도 상록수를 함께 따라 불렀고, 특히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부분은 청중에게 벅찬 감동을 안겼다.
‘아침이슬’과 ‘상록수’는 1970년대 암울하던 시절 사회 모순을 고
하지만 1975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이후 금지곡이 됐고, 이 노래들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다시 불리며 역설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