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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구라니” 문외한 男 기자의 美 블프 정복기

기사입력 2016-11-17 16:54 l 최종수정 2016-11-17 17:10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해외사이트를 통해 직접 옷을 구입했다.<br />
↑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해외사이트를 통해 직접 옷을 구입했다.
“한 기자, 해외직구해본 적 있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임기자가 물었다.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25일)부터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기업들이 일 년 중 최대 규모로 상품을 할인판매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쇼핑 행사다. 내가 아는 건 딱 여기까지다. 평소 쇼핑을 즐기지 않아 요새 뜬다는 쿠팡맨 얼굴 조차 한 번 본적 없는 내가 직구라니. 막막했다.
일단 검색 작업에 들어갔다. 해외 직구에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부터 배송까지 받는 방법, 국내 업체나 개인이 대리구매해 보내주는 방법, 구매는 직접하고 현지에서 배송대행을 맡기는 방법이다.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 뒤 배송대행을 거쳐 국내에서 물건을 받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직접 사이트에서 상품을 비교해보며 구입할 수 있는데다 대리구매보다 수수료가 적어 배송대행만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 뿐만 아니라 업체가 나서 배송대행을 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뭘 사볼까 고민하다 환절기인 만큼 패션 상품을 두루 살펴봤다. 할인폭이 가장 높은 가전제품류가 블랙프라이데이의 꽃으로 불리지만 처음 시도하는 직구에 TV를 구입할 수는 없었다. 실패비용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고른 상품은 Legendary Whitetails의 체크무늬 남방셔츠였다. “아 선배 또 남방”이라는 후배기자의 볼멘소리를 들렸다.
해외 사이트는 대부분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디, 비밀번호, 개인 이메일 주소만을 넣고 간편하게 회원가입을 마쳤다. 국내 사이트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언어장벽에 대한 큰 부담없이 쇼핑할 수 있다. 내가 고른 제품 가격은 34.99달러(약 4만1000원). 기존보다 30%가량 저렴하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옷은 한국보다 한 사이즈 정도 큰 편이다. 몸에 잘 맞아야 하는 의류는 구입하기 전 꼼꼼하게 사이즈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반품과 교환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결제를 위해서는 카드가 필요하다. 신용카드는 물론 해외 사용이 가능한 체크카드로도 결제를 할 수 있다. 비자, 마스터, 아멕스 카드가 있다면 결제단계까지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배송대행이다. 배송대행 서비스 업체인 I사에 우선 가입을 했다. 이 사이트는 해외에 거주하지 않아도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현지 물류센터에서 받은 뒤 국내 소비자에게 다시 국제배송을 통해 물품을 배송해준다.
사이트에 가입하면 회원마다 배송대행지 개인 사서함 번호를 받는다. 미국에 내 이름을 가진 사물함이 생긴 셈이다. 해외 상품 사이트에서 주문할 때마다 현지 물류센터 주소와 개인 사서함 번호를 쓰면 그쪽으로 물품이 배송된다.
물건 구입 확정 버튼을 누르자 배송지 정보를 적는 란이 떴다. 배송대행지 사이트에서 받은 물류센터 주소, 개인 사서함 번호를 그대로 적었다.
배송지까지 도착하는 배달 기간도 고를 수 있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로 나눠져 있었다. A사는 1달러(1170원)만 내면 2일 안에 도착하는 배송이 30일 동안 무료였다.
결제 시 통화는 달러를 선택했다. 이중환전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판매 지역 결제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좋다.
이제 해외 배송대행지로 도착한 상품을 다시 한국으로 오게해야 한다. 배송신청서에는 상품을 구매한 사이트 URL(사이트 주소), 품목, 브랜드(혹은 판매자), 주문번호(구입 사이트), 수량, 단가를 기입하도록 돼 있었다.
미국내 송장번호인 트래킹번호 입력란도 있지만, 제품이 발송된 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추후 입력하기로 했다. 물류센터에서 트래킹번호로 물건을 분류하기 때문에 번호가 생성되면 꼭 잊지 않고 적어야 한다.
도착지는 한국 주소(최종적으로 물건을 받는 주소)를 입력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적는 란이 있는데, 관세청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발급하는 통관용 번호다. 200달러 미만 구입시에는 기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번 발급받아 놓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으므로 발급받는 게 좋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제품이 현지 배송대행지에 도착하면, 상품 입고를 알려주는 문자가 도착한다. 배송대행지에서 무게와 부피를 측정해 국제배송비를 부과한다. 결제까지 완료하면 해외직구의 모든 과정은 끝난다. 늦어도 2주 정도면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다.
첫 해외직구 도전에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는 절차는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배송을 위한 간단한 중간 절차만 밟으면 누구든 쉽게 해외 물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
다만 해

외에서 구매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품을 판매한 해외사업자와 배송대행을 맡은 국내사업자가 얽혀 있어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국제거래지원팀을 신설해 피해 해결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 해결률은 지난해 48%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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