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산업을 주력하는 하는 현대차그룹 ‘삼총사’가 트럼프 리스크에 빠졌다.
미국 산업 보호를 입버릇처럼 외쳐왔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았던 이들은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9~10일 이틀간 5조원 가량 증발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기아차와 10일 기관 대량 매도가 나온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전일대비 4~5%씩 급락하며 ‘트럼프 쇼크’에 고전 중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 섬유업체 한세실업·영원무역도 이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며 향후 전망에 그늘이 드리웠다.
트럼프 당선으로 그동안의 전략이 꼬인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이용해 무관세로 완성차를 수출해왔는데 향후 트럼프의 미국이 관세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높아져 수익률 하락이 예상된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에 판 현대·기아차 물량은 80만대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매출의 18%, 25%다.
기아차는 미국 수출을 목표로 멕시코 공장을 올해부터 가동해 내년 30만대 생산을 목표로 했다가 현대차 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당시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 대한 관세 장벽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전재천 대신증건 기업분석부 팀장은 “기아차가 관세가 없고 물류비가 싼 멕시코 공장 생산을 늘리겠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관세 우려로 기관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관들은 차 비중을 줄이겠다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28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이들 시가 총액은 이틀새(9~10일) 5조
미국 의류 기업 아베크롬비, 나이키 등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으로 수출하는 한세실업과 비슷한 판매 방식의 영원무역도 타격이 예상된다. 두 회사의 대미 수출 비중은 95%, 98%에 달한다. 이들은 트럼프의 통상 압력에 취약한 업체로 꼽힌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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