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10일 종영한다.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를 통해 공감과 위로, 궁극의 사랑을 보여주는 감성멜로 드라마라고 소개한 ‘공항 가는 길’은 시작전부터 불륜 소재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내내 불륜을 미화한 드라마냐, 가을 분위기에 알맞은 감성 멜로냐로 보는 이들을 입씨름하게 했다.
불륜이냐, 아니면 촉촉한 멜로냐, ‘공항 가는 길’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여기에 있다.
결국은 불륜이었다.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가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두 사람은 세상 사람들에게 통용되기 힘든 관계를 지속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세상에서는 ‘불륜’이라고 말한다.
한낱 불륜이 아니라 깊숙하고 진한 감정의 공유라고 누군가는 항변한다. 그러나 불륜으로 불화를 겪었던 많은 이들은 신체적인 불륜보다 정신적인 공유가 더욱 비참하고 참담하다고들 말한다.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정신적인 공유라니.
이번엔 가정의 불화를 변명거리로 내세운다. 아내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뒤에서는 수없이 염문을 뿌리는 남편을 가진 여자 최수아에게 힘든 시절 따뜻함을 전해준 남자는 최고의 피난처였을 수 있다고. 구원받은 느낌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 곳은 천국이 아니다. 그 이야기의 끝은 결국 두 가정을 파괴하는 스토리일 뿐이다.
서도우도 마찬가지다. 거짓말로 과거를 속이고 딸까지 잃게 만든 아내를 둔 남자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죽은 딸이 이어준 것만 같아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끌린다. 그렇다고 해도,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고 서로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건 불륜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차라리 솔직히 불륜이라고 말했다면 완벽한 대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불륜 소재 논란, 불륜 미화 논란이 강도높지 않았을까. 마지막까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반면 ‘공항가는 길’을 그렇고 그런 ‘불륜 드라마’로 낙인찍어버리기엔 아쉬운 수작(秀作)이라는 시선도 있다. ‘공항가는 길’ 측이 누누이 밝힌 ‘관계’에 대한 재조명은 결국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불륜이란 단어로 귀결될 수 있으나 이 애매모호한 관계를 밀도 깊게 그려내면서 다수 시청자를 수긍하게 한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최수아와 서도우 역시 그들 스스로의 관계에 대해 애써 부정하려 한다. 특히 극 초반, 가부장적인 남편과 악명 높은 ‘시월드’에서도 꿋꿋이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정작 자기 자신을 잃은 채 십수년을 버텨 온 ‘슈퍼 워킹맘’ 최수아는 서도우에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정신적 바람이라는 것을 그 역시 알기 때문이다. 그런 최수아를 보며 서도우는 자신들의 관계를 ‘인연’이라 칭하자 제안한다.
인간사 인연이란 한 가지 양태로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가와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부 그리고 가족이란 인연을 맺기도 하고, 친구 이상의 소울 메이트로 발전하는 특별한 인연도 있다.
어쩌면 최수아와 서도우는 뒤늦게 찾아온 그들 인생의 소울 메이트였으나,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없었기 때문에 위험천만하게도 남녀의 감정으로까지 발전해버렸다. 과연 인연은 인연이었던 셈.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 사람은 기혼 남녀, 거기다 각자 부모의 지위를 지닌 상황이라 극 속에서마저 합리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이제 최종회차에서의 선택만이 남았다.
‘공항가는 길’은 이 모든 과정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그려갔다. 너무 아름답게 그린 나머지 ‘불륜 미화’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가는 길’은 주인공의 감정을 단편적 혹은 기계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적어도 시청자들이 ‘그들은 왜 이같은 선택을 했을까’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항가는 길’은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
다만 최수아, 서도우 가정의 모든 상황이 그저 최악이기만 했던 설정과, 지나칠 정도로 우연이 거듭된 설정은 그 둘을 이어주기 위한 다소 작위적인 선택이었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psyon@mk.co.kr · shiny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