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두면서 북핵 해법을 포함한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 동맹의 틀을 새롭게 짜고 기존 무역협정을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손질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은 단순한 궤도수정을 넘어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전후질서와 동맹체제 자체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에 미칠 충격파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구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신 고립주의’로 집약된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 7월 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후보수락 연설에서 직접 밝힌 개념으로 미국도 재정 여력이 없는 만큼 글로벌 리더나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하고 이제는 철저하게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미국 착취론’까지 제기하면서 승리 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고 각종 무역 협정을 폐기 또는 재협상하겠다고 일관되게 공언해왔다.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50%라고?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며 방위비 전액 부담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마지막 TV토론에서는 일본과 독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거론한 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착취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부자국가들인데 왜 방위비를 더 내면 안 되느냐”며 ‘착취’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동원해 동맹들을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도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말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 첫 마디로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러스트벨트 유세 때마다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또 ‘역사상 최악의 협정’으로 규정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함께 한미FTA를 재협상의 대상으로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급격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북핵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180도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와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미국이 가진 ‘무역의 힘’을 동원하겠다는 방침도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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