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위기에 몰리면서 대형 스캔들에 휘말렸던 국내외 정권의 위기극복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가 다양한 위기돌파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르윈스키와 성추문으로 퇴진 위기까지 내몰렸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는 대통령 본인에 대한 전면적 수사가 국민여론에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사점이 있다. 당시 백악관 인턴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집요한 수사를 받았다. 미 연방법원이 특별검사로 지명한 스타 검사는 클린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국민들 앞에 클린턴을 발거볏켜놨다. 스타의 수사보고서는 거의 포르노그라피 수준으로 클린턴의 성추문에 관한 묘사로 담겨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진 않았다. 미국 국민들은 클린턴이 추문 때문에 백악관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지지율은 되레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스타 검사의 수사를 바라보는 냉소도 상당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스타 검사의 수사보고서를 ‘성적(性的)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고, 독일 디 벨트지는 “클린턴은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것과 그를 해임하는 것은 같은 선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등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반면 현 국면에서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여권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상설특검을 고집하고 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전체에 대한 수사를 과감하게 수용하고 모든 것을 국민들앞에 공개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적국인 이란에 무기를 팔아왔다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로 위기에 몰리자 존 타워 상원의원에게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타워위원회는 이후 이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레이건의 지나친 권한위임 등 잘못된 행태를 정면비판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레이건 대통령은 TV방송에 출연해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무기 스캔들의 내용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했다. 레이건은 퇴임 후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며 역대 최고의 대통령 조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가 국민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다. 반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사전녹화된데다,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만 시인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비판여론이 불거졌다. 보다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잘못을 사과하는 모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기 초 광우병사태로 위기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도 인적쇄신으로 위기를 어느정도 수습하는데 성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민심이 요동치자 새정부 출범 117일 만에 당시 유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7명의 수석비서관을 전원 교체했다. 당시 수석 7명 중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등 6명이 교수출신이라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고 국민여론을 잘 모른다는 비판이 일제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민심이 요동치자 수개월 뒤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국면은 역대 정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초유의 위기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이 수석 몇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전부 다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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