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던 풍문이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어디까지가 루머고, 어디까지가 팩트인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떠오른 최순실 씨가 대한민국을 블랙홀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그 오랜 지인인 최순실 씨는 어떤 관계였던걸까.
2007년 한나라당 대권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에 몸담았던 정두언 전 의원은 26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2007년 대선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선친인 최태민 씨의 전모가 밝혀지면 구토할 것이라고 했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은 이전부터 최태민을 신적(神的)으로 생각했고 그 후계자를 최순실로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을 연결시키면 ‘미륵(미르+K)’인데, 그 미륵은 최순실씨의 선친인 최태민씨가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했다“며 ”지금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의 ‘사교’(私敎·사이비 종교)에 씌여서 이런 일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부적절한 관계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 씨와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태민 씨는 육영수 여사가 서거(1974년)한 후 당시 영애이던 박 대통령에게 위로 편지를 쓰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 씨는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꿈에 나타난 육 여사의 메시지라며 “어머니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너의 시대를 열어 주기 위해 길을 비켜 주었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증된 것은 없다. 다만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대통령이 공개행사에서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씨는 다섯째 부인에서 태어난 최순실 씨(5녀) 등 세 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재산도 이 자녀들에게 집중해서 물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의 인연이 최순실 씨와의 각별함으로 이어졌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인연은 육영수 여사가 서거(1974년)한 이후 2~3년새 맺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는 유학 후 귀국해 새마음봉사단 대학생 회장으로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4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며 대통령을 스스럼없이 ‘언니’로 부를만한 사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씨를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소개했다. 이는 10·26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약 15년간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할 때 박 대통령의 유일한 말벗이 최순실 씨였다는 추측에 힘을 싣는다. 부모가 모두 총탄을 맞아 서거했고, 퍼스트레이디로 최고 권력에 있다가 세상이 갑자기 뒤바뀐 혼란 속에서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에게 ‘혈육 그 이상’이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 비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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