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많이 했지만 막상 상황을 보니 팀 수는 줄지 않았어요. 대신 식당이나 프로샵, 선물 등의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많이 안 좋아졌죠.”
26일 수도권 인근의 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 운영 팀장은 부정청탁 방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1달간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다.
우려와는 달리 골프장의 외형적인 영업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골프의 가장 성수기인 가을이기 때문에 예약률은 여전히 95~100%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것. 수도권을 벗어난 대부분의 골프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골퍼들로 가득차 김영란법의 여파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골프 부킹업체 엑스골프 관계자는 “기업들의 행사와 김영란법 대상자들의 라운드 횟수가 줄었지만 최근 3~4팀을 예약하는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 됐고 경쟁이 심해지며 그린피도 저렴해져 골퍼의 유입이 오히려 늘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필드를 가득 메운 골퍼들의 모습과는 달리 골프장 측은 내부적으로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객단가, 즉 골프 1명이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금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골퍼들은 거의 줄지 않았다”고 전한 뒤 “하지만 식당 매출이 10%가량 줄었고 프로샵과 과일 등 선물 매출은 30~50%까지 떨어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가장 손쉬운 대책은 간단하다. ‘감원’이다. 이 대표는 “서비스의 질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지만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종업원을 20% 가량 줄이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주변 일부 골프장에서는 3분의 1까지 줄인다고 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골퍼들의 부담을 줄이는 ‘노캐디제’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었다. 자연스럽게 캐디의 고용률도 떨어지게 된다. 클럽하우스에서 주차를 담당하거나 안내를 하는 인원들도 ‘감원’ 1순위다.
김영란법의 불똥. 골프장 오너나 골퍼들이 아닌 애꿎은 일반 종업원, 계약직 근로자에게 불똥이 튄 셈이다.
골프장 뿐만이 아니다. 일부 식당에서는 3만원 이하 메뉴까지 출시했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한 관공서 주변 식당의 피해가 심각하다.
26일 12시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고급 일식집. 규모는 작지만 맛집으로 소문이 나 1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식당의 풍경은 한달 전과 사뭇 달랐다. 예약은 김영란법 시행 전의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 곳곳이 비어있었다. 식당 업주는 “코스메뉴말고 3만 원 이하 단품 메뉴도 있긴 하지만 일식집은 코스메뉴로 돈을 벌기 때문에 타격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고 토로했다.
식당 매출이 위축되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는 식당들도 생기고있다.
근처 법원사거리에 있는 남도음식점은 손님들로 북적이긴 했지만 식당 업주 이 모씨는 “저녁때는 홍어가 들어간 5만 원대코스에 술도 많이 팔아야 이 비싼 강남 땅에서 임대료를 낼 수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택도 없다”면서 “김영란법 시행 한달 밖에 안됐는데 벌써 종업원 13명 중 2명을 잘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정식집 관계자도 “김영란법 시행 직전에 한명이 미리 나갔고, 지금 8명 중에서도 한두 명 더 줄여야할 판”이라고 했다.
다만 고급 음식점과는 달리 중저가 음식
앞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전체 외식업체의 약 37%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효성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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