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한국이 비교적 빠르게 극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 경제의 폭발적 성장에 기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추격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중간재 중심의 우리나라 수출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저속 성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한 가운데 ‘포스트 차이나’의 역할을 해 줄 신흥국도 뚜렷하지 않다. 이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중간재 수입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52.8%에 머물렀지만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비중은 73.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통상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이 0.1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경제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내수시장이 내구재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중국특수’를 누렸던 우리나라 중화학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수 부문의 연 성장률이 약 6%로 주저앉을 경우, 서비스업 성장률을 7%로 가정한 상황에서 한국 GDP 성장률은 0.22%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내 산업은 컴퓨터·전자기기로 성장률이 1.02%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중국 시장을 대신해줄만한 ‘포스트 차이나’역할을 해줄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멕시코같은 중남미 신흥국가들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성장세는 안정되지 않고 있다. 또 한국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수출은 1371억달러에 달했지만 인도, 베트남으로의 수출액은 각각 277억달러, 120억달러에 불과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중국은 지리·문화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지만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신흥국은 정치 리더십이 중국보다 약한 것은 물론 비지니스 문화가 상당히 이질적”이라며 “그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는 기회가 있지만 중국시장처럼 중소기업이 대거 진출해서 성공하기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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