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구상·카페·창작 공간 등이 어우러진 문래동 창작촌 카페거리의 한 상가건물. |
겉보기에 완전히 다른 두 점포는 자양동 이면도로에 있는 퓨전 식당 '소년상회'가 성수동과 도심에 각각 낸 '서브 브랜드(sub brand)'다. 김씨는 "간판, 메뉴, 가격, 매장 분위기 등을 보면 셋 다 다른 가게 같다"며 "성수동과 자양동 점포는 교통이 불편한데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식 업계에 서브 브랜드 바람이 불면서 서울 상권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가로수길, 명동, 홍대 등 대형 상권보다 발길이 뜸한 골목길이나 주택가에 자리를 잡는 서브 브랜드가 늘면서 봉천동, 방배동, 망원동, 문래동 등 신흥 상권이 싹트고 있다.
외식 업계 서브 브랜드의 원조는 이태원 경리단길 안쪽 주택가에 2011년 '장진우 식당'을 시작으로 한식전문점 '문오리', 디저트 전문점 '프랭크', 퓨전 한식점 '경성 스테이크' 등 11개 매장을 오픈한 '장진우 사단'이다. 명동과 동대문에서 히트를 친 퓨전레스토랑 '배터리파크'는 경리단길에 서브 브랜드인 프렌치 레스토랑 '쁘띠발롱'을 선보였다. 서래마을에 있는 레스토랑 '스와니예'는 1㎞ 떨어진 방배동에 생면 파스타를 내세운 '도우룸'을 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상무는 "하나의 브랜드로 1호점, 2호점, 3호점 등의 방식으로 매장을 늘리기보다 브랜드 A, B, C 등처럼 서로 다른 브랜드를 내세워 개성과 희소성을 부각하는 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외식업계 서브 브랜드 점주들은 임대료가 싼지, 동네 분위기와 가게 이미지가 어울리는지를 더 따지기 때문에 대형 상권 대로변보다 익선동, 문래동, 샤로수길이 있는 봉천동 등 새로운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리테일 업계는 외식업계 브랜드 수가 2~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브 브랜드가 유행하는 배경에는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가게 위치에 연연하지 않는다. 강남, 명동, 이태원 등 핵심 상권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진입 장벽이 높아졌지만 프랜차이즈를 식상해 하는 소비자들은 늘고 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밥·혼술'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되면서 점포 규모도 클 필요가 없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태원 상권 1층 임대료는 3.3㎡당 14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17만9000원)보다 22%가량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4분기까지 오름 곡선을 그리던 홍대 상권 임대료도 올 들어 꺾였다. 반면 지난 2분기 망원동 상가의 3.3㎡당 임대료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15.3% 오른 9만7000원이다.
상권 다변화는 심해질 전망이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단독·다가구 주택을 근린상가로 바꾸는 리모델링이 늘면서 서브 브랜드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연남동 '연트럴파크'는 버려진 경의선 철길을 도시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숲길로 바꿔 개장하면서 양옆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카페가 생겨 '뜨는 상권'이 된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는 서계동, 중림동, 한남동 등 주거지 재생사업에서 가로 활성화를 위해 저층은 상업시설이나 커뮤니티시설을 만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저평가된 골목 상권이
■ <용어 설명>
▷ 서브 브랜드 : 메뉴, 가격, 인테리어 등 점포 콘셉트를 모(母)브랜드와 차별해 만든 새 브랜드. 주인은 같지만 겉보기엔 다른 가게처럼 보인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