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하고 대원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해경은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을 완화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총기사용 규정에 따르면 살의를 갖고 충돌하려는 중국어선이 다가오는 똑같은 상황이 재발해도 소총 등 개인화기만 사용할 수 있고, 기관총 등 공용화기는 사용이 불가능해 해경 측이 중국어선의 폭력적 대응에 또 다시 당할 수 있다는 염려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해경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해경의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 이주성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장이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대해서는 그 동안 자제해 왔던 무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지 하루만이다.
해경의 총기사용 규정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공용화기 사용 요건이다. 지난 7일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해경 대원들은 조그만 고속단정(4.5톤급)을 타고 100톤 가량 되는 중국 철선에 접근한 뒤 중국 어선에 올라 배를 나포하는 위험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돌해오는 중국어선에는 아무 소용도 없는 개인화기만 몇 발 휘갈겼을 뿐이다. 해경의 현행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외국 어선이 고의로 고속단정에 충돌하려는 경우 ‘개인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경의 현행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을 적극해석하는 정도로는 ‘목숨을 내놓고’ 단속하는 해경 대원들의 희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함포나 기관총 등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만 충돌을 목적으로 돌격해오는 중국어선을 막을 수 있음에도 공용화기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규정상 ‘나포어선에 승선한 경찰관의 안전확보가 불가능한 경우’와 ‘외국어선이 우리 해경을 피랍하거나 다치게 한 뒤 도주하는 경우’에만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해경 관계자는 “고대 해전 방식과 같이 적선에 올라 제압하는 방식을 쓰는 한 우리측 희생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시인했다.
중국 어민들의 저항은 날로 흉폭해지고 있다. 배에 오르지 못하게 쇠창살로 무장을 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마약을 한 상태에서 손도끼와 쇠파이프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순직했고 2011년 12월에는 인천해경 특공대원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장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졌다. 올해 6월에는 필로폰을 투약한 중국 선장이 연평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이 적발되자 배에 오른 우리 해경 특수기동대원 14명을 태운 채로 북한 해역을 향해 1㎞나 달아나기도 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어선 선원의 폭력저항에 숨진 해경은 2명, 부상자는 73명이나 된다.
대안으로 제기되는 대형 경비함으로 밀어내기도 경비함이 부족한 탓에 운용되기 어려운 작전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어선이 자주 출몰하는 서해 연안 일대에서 기동 가능한 1000톤 이상급 대형 경비함은 모두 15척 뿐이다. 이중 전라도 연안을 경비하는 9척을 제외하면 연평도 등 서북해안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대형
한편 중국 해경국은 “한국해경 단정을 침몰시킨 용의선박에 대한 자료통보를 요청받았고, 농업부 어업어정관리국에 관련사항을 통보하는 등 신속히 정보확인에 나서 산동성 선적의 선박 1척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9일 우리 해경에 통보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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