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아파트들이 즐비한 서초 반포지구 전경. [매경DB] |
그간 업계에서는 관리처분 인가 이전을 '매수 골든타임'으로 꼽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관리처분이 끝나 일반분양에 이르는 시점에서조차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종전에 공식적으로 정착돼온 재건축 매수 타이밍은 일종의 투자 경험칙이다. 시세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사업 리스크와 개발 이익을 함께 고려해서 잡는 매매 시점을 말한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 A공인 관계자는 "2013년 즈음까지만 해도 5000만~3억원 정도로 가격이 뛰는 '조합설립~관리처분' 단계가 본격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였다"며 "지난해부터 오히려 관리처분 후에 가격이 더 뛴다"고 말했다.
조합설립은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단계로 이후 건축심의와 사업인가, 관리처분에 이르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시세가 뛴다.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 액수, 새 아파트 배정 등을 둘러싼 '조합 내 갈등'과 용적률, 기부채납비율 등을 둘러싼 '조합·지자체 간 갈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묶일 위험이 크지만 가격 상승폭은 그만큼 크다.
관리처분 단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확정되기 때문에 위험이 줄어드는 반면 시세 상승세는 둔화된다. 사업장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조합설립부터 관리처분에 이르는 기간이 관리처분부터 일반분양에 이르는 기간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길기 때문에 가격 상승폭 역시 더 클 수 있다.
강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청실)는 조합인가를 받던 2003년 5월 이후 청실 전용면적 95㎡형의 매매가격은 6억9000만원 선이었지만 사업인가를 받은 2010년 12월 즈음에는 10억3000만원까지 시세가 뛰었다. 이후 관리처분 시기인 2011년 6월에는 10억원으로 오히려 다소 낮아졌다가 2년여 후인 2013년 11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11억3000만원 선으로 올랐다. 관리처분 이전까지 4억원이 올랐다면 이후 일반분양까지 1억30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은 재건축 시장을 달구고 있는 강남 개포지구와 서초 잠원동 일대를 중심으로 깨지고 있다. 잠원동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신반포18·24차 통합)는 중도금대출 제한 조치로 인해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방배아트자이'(방배3구역)와 함께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이달 말 분양을 앞둔 신반포18차 조합원 물건 가격은 전용 112㎡형을 기준으로 12억원 선이다. 조합설립 시점인 2010년 5월 즈음 8억5000만원이었으나 사업인가를 받던 2013년 12월 말 8억7000만원으로 오른 후 관리처분 당시였던 지난해 2월 9억5000만원 선을 기록했고 현재는 12억원으로 2억5000만원 더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불패 신화에 더해 금리가 꾸준히 내리면서 갈 곳 잃은 여유자금이 강남권으로 몰린 결과"라며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은 중도금 대출 규제 영향도 덜 받기 때문에 당분간 강남권 재건축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4137만원인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는 총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라는 이유로 중도금 집단대출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일반분양 69가구가 나흘 만에 모두 팔렸다. 현장에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