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아쉽지. 당연한 거 아닌가.” “돌이켜보면 아쉽지 순간이 한둘인가.”
30일 한화 선수단의 공기는 무거웠다. 얼마 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해볼 만했다. 그러나 고비마다 삐끗했다. LG, KIA에게 연이어 패했다. 최근 9경기 2승 7패. 마이너스는 줄지 않고 늘었다.
이틀 전 두산에게 패하면서 트래직 넘버 1이 됐다. 자력으로 안 됐다. 한화가 NC를 이긴다 해도 대구에서 KIA가 승리하면, 가을야구를 향한 레이스는 ‘게임 오버’였다. NC와 시즌 최종전을 치르러 23일 만에 마산구장으로 향하는 길은 썩 유쾌할 수가 없었다. 독수리군단의 울적한 기분을 대변하듯, 가을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 한화의 포스트시즌 탈락 운명은 이제 KIA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진=MK스포츠 DB |
정근우의 말대로 야구를 해야 했다. 부슬비가 간혹 내렸지만 경기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라운드 정비 작업에 따른 지연도 없다. 오후 6시30분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그런데 대구 KIA-삼성전이 개시 10분 만에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화의 힘으로 ‘슬픈 날’을 하루 더 미룰 수는 있었다(KIA는 10월 1일 kt와 상대한다). 가을야구를 향한 마음은 비웠으나 야구를 포기한 건 아니다. 열심히 했다. 의지도 강했다.
한화는 1회부터 4회까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그렇게 7점을 뽑았다. 1회 2사 3루서 김태균은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로 달려갔다. NC의 실책으로 행운의 선제 득점. 2회에는 이성열의 홈런과 정근우의 2타점 2루타를 묶어 3점을 얻더니 4회에도 안타 4개로 3점을 추가했다. 타선의 응집력이 돋보였다.
어느 때보다 매끄러운 흐름이었다. 그런데 7-0에도 웃기 어려운 게 한화의 현주소다. 지난 20일 대전 LG전 이후 6경기에서 무려 54실점(평균 9실점)을 했다. 최소 실점이 7점이었다.
그런데 한화는 공격보다 더 집중력 있는 수비를 펼쳤다. 위기가 없지 않았으나 NC의 반격을 번번이 차단했다. 3회 무사 만루 및 6회 무사 1,2루 시 수비는 특히 견고했다. 야수끼리 충돌을 하면서도 글러브에 들어간 공을 놓치지 않았으며, 빨래줄 같은 송구로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주자를
한화는 시즌 140번째 야구를 했다. 그리고 패하지 않았다(한화 7-1 승). 적어도 오늘만큼은 우울하기 싫었던 그 바람도 이뤘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주 무겁지 않았다. 이제 한화의 예정된 운명은 10월로, 그리고 KIA의 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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