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 빌딩이 모여 있는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일대. [매경 DB] |
그 덕분에 올해 3분기 서울과 수도권에서 팔린 중소형 빌딩 매매 금액은 아직 집계가 안 끝난 9월치 통계까지 합하면 2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분기별 최대 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1% 초반대 저금리 시대가 곧 저물 것이라는 우려를 시작으로 내년 시장 침체를 내다보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세인 게 최근 빌딩 거래를 촉발한 원인으로 꼽힌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오는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각광받아온 빌딩 시장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 아니냐는 인식에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필요한 대출을 받기가 점차 빡빡해지는 것도 매도자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매매가격 500억원 아래인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들은 최근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매입가의 30~50%를 금융권 대출로 충당하고 있는데, 최근 금융사들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서 자금력이 탄탄하거나 웬만한 우량 매물이 아니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는 생각에 일부 은행이 주택뿐 아니라 빌딩 구매에 필요한 임대사업자용 대출의 금리를 올리고, 임대수익이 나오지 않아도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까지 파악한 후 대출을 승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여기에 정부도 지난 8월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서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를 현장 점검하고 담보인정한도도 기존 50~80%에서 40~70%로 내리는 등 수익형 부동산 대출 고삐 조이기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공실률 때문에 약화되는 형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 소재 중소형 빌딩 상가 공실률은 7.8%로 지난해 1분기 6.7%에 이어 꾸준히 오름세다. '김영란법'으로 빌딩의 주요 임차인인 요식업소 영업이 직격탄을 받고 폐업하는 곳이 잇따르는 만큼 향후 공실률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사무실로 쓰이는 꼬마빌딩 사정은 더 심각하다. 교보리얼코 조사를 보면 서울 강남권에서 1만평 아래 중소형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9.5%에 달한다. 사무실 10곳 중 1곳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평균 4%대로 알려진 중소형 빌딩 임대수익률도 지
한 빌딩 거래 업체 관계자는 "공실이 있는 빌딩이라도 일단 보유하고 있으면 개발 호재로 향후 가격이 오를 만한 곳을 주로 찾는다"며 "단기 임대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세 차익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