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29일 마산구장에 도착한 삼성과 NC 선수단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너도나도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손바닥에 닿은 빗줄기를 느꼈다.
전날 경기가 우천 순연돼 이날 더블헤더가 예정됐다. 그런데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빗줄기가 그치지 않았다. 정오 즈음 약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NC와 삼성은 지난 27일 14차전을 치렀다. 이날 더블헤더로 맞대결이 종료된다. 하지만 가을비 탓에 다시 또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이날 더블헤더 중 최소 1경기라도 취소될 경우, NC와 삼성의 사정이 곤란해진다. 30일에는 NC가 한화를, 삼성이 KIA를 상대한다. 예비일 일정도 여유가 없어 열흘 뒤(10월 9일)로 미뤄진다.
↑ 29일 낮 마산구장에는 빗줄기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사진(창원)=이상철 기자 |
게다가 30일에도 남부지방에는 비가 예보돼 있다. NC와 삼성에겐 경기가 계속 연기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또한, 이날 더블헤더 1차전이 취소될 경우 2차전은 오후 6시30분 열리게 된다. 제한된 훈련 공간 속에 기다려야 했다. 경기 후 대구로 이동하는 삼성은 이미 숙소 체크아웃까지 했다. NC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김경문 NC 감독과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를 해야 한다”라며 속 타는 심정을 전했다.
오후 2시30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두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만 응시했다. 그때까지도 대형 방수포가 내야를 덮었다. 그러나 외야 잔디는 비에 흠뻑 젖었다. 자칫 부상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하는 게 좋다’는 게 두 팀의 입장이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으니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냐”던 NC와 삼성이다. 그 하늘의 뜻은 경기 속행이었다.
두 팀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선발 오더를 주고받았다. 경기 시작 시간도 다가왔다. 하지만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다들 하늘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오후 2시30분 넘어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그쳤다. 방수포가 걷혔다. 뒤이어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진행됐다. “플레이볼”이 선언된 건 오후 3시11분.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두 팀의 바람대로 더블헤더 1차전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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