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産銀 회장 |
한국 바이오 제조업체인 아람바이오 역시 초대형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 유통업체와의 합작이 필요했다. 문제는 투자 자금. 2013년 기준 자본금이 42억원 수준인 아람바이오만 보고 선뜻 거액을 내놓을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두 회사의 '조·명 연합작전'이 물꼬를 튼 것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700억원, 100억원씩 참여한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GPF)가 2014년 11월 결성되면서부터다.
GPF는 국내 벤처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선진 벤처캐피털이나 전략적 투자자의 국내 벤처펀드 조성을 지원할 목적으로 결성된 일종의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다. 산은과 기은이 조성한 GPF가 모펀드가 된 상태에서 GPF의 투자를 받는 자펀드가 국내 벤처·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기은이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과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조성한 GPF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12월 GPF는 374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해 디안진단과 아람바이오의 중국 의료기기 제조 진출 투자에 나섰다. 중국 디안진단은 아람바이오와 별도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제품의 중국 시장 개척과 중국 식약처 승인을 지원하고 중국 내 디안진단 공정시설과 판매 네트워크를 공유하기로 하는 등 중국 의료기기 유통시장 진출 작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까지 4005억원 규모의 자펀드 5개가 결성됐다. 지난해 7월에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도 펀드에 참여했고 미국과 영국의 자펀드 참여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1000억원(산은 900억원, 기은 100억원) 규모로 조성된 GPF 2호에는 중국과 일본까지 가세하면서 최근까지 2482억원의 자펀드 5개가 결성됐다. 중국 2위 벤처캐피털인 IDG캐피털과 일본계 벤처캐피털 글로벌 브레인 등이 글로벌 투자 동맹에 이름을 올렸다. 산은과 기은은 내친김에 오는 10월 말 3호 펀드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두 국책은행이 모펀드 조성을 전담한 1·2호 펀드와 달리 이번에는 민간투자자의 모펀드 출자 참여를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운용사의 간접투자 여력을 흡수하기로 했다. GPF의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옛 산은자산운용)은 지난 22~23일 홍콩 사이버포트에서 국내외 벤처캐피털 대표급이 참석한 가운데 GPF 네트워크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추진하기로 했다.
이준성 산은 팀장은 "대체 투자 수요가 증대되는 민간 자금에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운용사 펀드 출자를 통한 새로운 투자 채널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펀드 규모는 산은과 기은의 출자분 1000억원에 민간투자분을 합친 금액이다. 펀드 만기는 10년이고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연장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은 6년.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0월 말 GPF 3호를 결성하는 대로 11월 중 하위 펀드
조승현 산은 부행장은 "투자 역량은 풍부하나 한국 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벤처캐피털의 국내 벤처펀드 설립을 유도하는 한편 다양한 지역의 벤처 생태계 유입을 촉진해 국내 벤처시장의 질적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