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W(더블유)’ 송재정 작가는 ‘차원이동’을 주로 다루는 작가다.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하지만, 스릴러 요소를 차용해 차곡차곡 쌓이는 논리와 추리를 통해 쾌감을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 송재정 작가가 단언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새로운 판타지의 시대가 왔다”고 말이다.
송재정 작가는 지난 14일 종영한 MBC 드라마 ‘W’를 집필했다. ‘W’는 현실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한효주 분)가 우연히 인기절정 ‘웹툰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을 만나면서 이로 인해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W’은 시공간 이동에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덕분에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독특했던 작품이 됐다.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도전이 빛났던 ‘문제작’ 내지는 ‘실험작’으로 평가받기 충분했다. 선구자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던 ‘W’를 만든 송재정 작가, 의외로 그는 시트콤 작가 출신이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에 이어 ‘W’까지 ‘차원이동’에 집착(?)하는 송재정 작가에게 드라마 집필 계기를 물으니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서”란 대답이 돌아왔다.
“시트콤을 하다 왔다.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안 해본 걸 해 보고 싶었다.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정말 희한한 걸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소재를 특이하게 잡았다. 차원이동물은 굉장히 극적인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현실세계에선 특정 인물만 가능한 추격전, 날아다니는 것 등의 장면들이 차원이동 하나만으로 일반인들도 가능해진다. 저는 특별한 직업이 특별한 걸 하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하는 걸 더 좋아한다.”
“제작사 대표님이 ‘3부작은 해야 하지 않냐’는 말에 차원이동을 이용한 3개의 작품을 하게 됐지만, 당장 또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던 송 작가는 특히 “드라마는 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극중 오성무(김의성 분)가 그린 웹툰 ‘W’가 자기 멋대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처럼, 송재정 작가에게 ‘W’는 그런 존재였다. 그는 “어느 순간 스스로 굴러간다”는 말을 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전 회차 대본을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선택하게 됐다고.
“대본은 제 것이고, 제가 드라마를 시작하는 사람은 맞다. 하지만 제가 씨를 뿌렸을지언정, 드라마를 키운 건 제가 아니다. 평가나 의견도 ‘작품’에 포한된다. 이번 ‘W’는 ‘나인’ 때보다 더 새롭고 강한 캐릭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쑥스러운 건,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로소이 시청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본을 공개한 것도 있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자유 의지’가 과연 어떻게 잘 표현이 됐을까 시청자들이 ‘해석’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송 작가는 더불어 ‘예비극작가’들에게 자신의 대본을 다운받아 스스로 ‘가지고 놀아볼 것’을 조언했다. 극작 강의를 위해 강단에 서면서 ‘회의’를 느꼈고, 대본집을 쉽게 볼 수 없는 주변 환경도 아쉬웠다며 그는 좀 더 쉽게 ‘대본’에 다가올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본을 공개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대본집을 출판하려면 몇 달이 걸린다. 그럼 방송이란 게 트렌디한 것이라, 이미 때가 많이 늦었다. 이번엔 기회가 좋았다. 제가 대본을 공개했을 때가 한 회차 남은 시점이었는데 방송에 방해가 안 되면서 나름대로는 ‘핫’할 때였다. 소설은 참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본집은 작가 일을 시작해야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잠재적 작가’들이 대본을 소설처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서 일부러 파일로 공개했다. ‘이게 더 낫겠는데?’라는 부분을 자유롭게 고치고 대본을 가지고 ‘놀다보면’ 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제 대본이 멋있게 고쳐졌으면 좋겠다.(웃음)”
↑ 사진제공=MBC |
송 작가는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무래도 ‘거침없이 하이킥’ 때였다”며 공동 창작에 대한 어려움을 드러냈다. ‘조율’이라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10년 공동창작, 10년 개인작업을 거치면서 송재정 작가는 대중과 호흡하는 법, 너무 ‘마이너스럽지’ 않게 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송 작가는 “내가 대본을 쓸 때 세 개 정도의 인격이 나와서 토론을 한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동창작은 대중적이고, 그만큼 시청률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만든다. 하지만 개성이 많이 깎이고, 작가 스스로에게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래서 개인 작업을 하게 됐는데, 오랫동안 공동창작을 한 것이 머리에 남아 여러 사람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처럼 제 머릿속의 다양한 인격들이 충돌하고, 자기들끼리 토론을 한다.(웃음) 오래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적’의 턱걸이 정도 까지는 가는 것 같고, 지나치게 마이너하게 가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송 작가는 이번 ‘W’를 하면서 특히 ‘판타지의 새 시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듯 보였다. 그는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논리가 중요시하게 생각되는 스토리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영화 ‘버드맨’처럼 다소 맥락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인 사고’ ‘의지’에 기반한 스토리들이 대세가 될 것이라 진단했다. ‘W’는 그 초기단계의 ‘실험’에 불과하다는 게 송 작가의 의견이었다.
“사실 ‘나인’ 때까지만 해도 논리성을 중요시하게 생각했지만, 최근엔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트렌드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개인 사고’에 의해 상황이 바뀌는 자유로운 스토리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논리’ 다음의 시대가 온 게 아닐까 한다. 요즘엔 판타지가 워낙 만하졌고, 그 논리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다들 ‘부적’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판타지의 다음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 생각했다.”
송 작가는 어쩌면 ‘시대를 앞서간’ 작가였다. 그는 ‘판타지의 새 시대’가 왔기 때문에 ‘W’ 초기에 설명을 많이 생략했고, 실제로 그런 드라마가 먹혔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놀라웠고, 더욱 그 ‘새 시대’에 대한 확신을 갖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