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12일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이 붕괴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완화 정책을 축소할 뜻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대규모 리콜을 단행한 삼성전자와 북한 핵실험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복합적인 하락 요인으로 인해 당분간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 ECB가 준 충격…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연장 여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을 위해 추가적인 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존 전망과 엇갈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 22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CM)와 같은날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주요은행들의 통화정책 변화가 도미노처럼 퍼지면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일단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를 이끌어온 외국인 자금 중심의 랠리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기존 정책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됐다”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국내외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불안에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점진적인 정상화”라며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인플레이션 수위 역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북핵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북한의 5차 핵실험도 증시를 끌어내렸다. 남북 간 긴장이 강화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것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차 핵실험의 경우, 약 6거래일 만에 핵실험 발생일 수준의 주가를 회복했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영향력이 점차 축소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은 긴 연휴를 앞둔 추석에 발생했고, ECB에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 우려가 겹치면서 파급효과가 발생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에 있었던 4차 핵실험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 직후에 발생해 증시 조정을 심화시켰다”며 “지수가 원상 복구하는 데는 1.5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이 사드 문제와 겹치면서 중국 소비 관련 종목들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북핵의 안보 위협이 한층 강화되면서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낼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중국소비 종목인 호텔신라, CJ E&M, 한미약품, 아모레퍼시픽, 현대백화점 등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는 경기민감주와 중국소비주가 엇갈린 등락을 보이면서 상승해왔다”며 “삼성전자의 불확실성과 사드 이슈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급락…추가하락할까?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꺾인 점도 악재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19.2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흔들리면서 유가증권시장 전체가 휘청였다. 삼성전자가 지난 2일 배터리 셀 결함을 공식 발표하면서 169만4000원(지난달 23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150만원 아래를 맴돌고 있다.
빠른 조처로 주가가 다시 힘을 받는 듯 했지만 지난 주말 주요국에서 사용 중단 권고가 잇따르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지난 8일(현지시간) 갤럭시노트7의 기내 사용과 충전 중단을 권고했다. 다음날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갤럭시노트7 사용과 충전 중단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어 일본,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유럽, 인도, 한국 등에서 항공기 탑승 시 사용과 충전을 금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이 축소될 전망이지만, 앞으로 리퍼비시(Refurbished·고쳐서 다시 판매하는 제품) 폰 출시하면 일부 만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갤럭시노트7 발화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리퍼비시 활용도 조심스럽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리콜에 따른 삼성전자의 손실액은 7000억~1조5000억원인데 그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추가 비용이 1조5000억원이라고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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