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시각장애 유도선수 최광근(29·수원시청)이 권혜진(37) 씨를 처음 본 건 2014년 런던 패럴림픽 때입니다.
국가대표 최광근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이자 통역을 하던 권 씨에게 반했습니다.
최광근은 인터뷰를 하면서 통역 직원 권 씨와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권혜진 씨는 "최광근은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권 씨는 "당시 이천훈련원에서 근무를 했는데, 합숙훈련을 하던 최광근과 자주 마주치면서 친해졌다"라며 "처음엔 어린 동생으로만 여겼다. 워낙 나이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광근은 권 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습니다. 권 씨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3년 겨울,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사랑 앞에 나이와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습니다.
권혜진 씨는 "내가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빼고는 불편한 게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권 씨는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최광근은 왼쪽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 유도선수였습니다.
권 씨는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라며 "그렇지만 최광근은 최고의 남자였다. 예의가 바른 친구였고,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광근에게 확신을 한 권혜진 씨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서둘렀습니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4년,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은 소박했습니다. 결혼반지를 맞추지 않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습니다.
권 씨는 "당시에 너무 바빴다. 원하는 예물이 없어서 반지를 맞추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광근은 "결혼반지를 못 해줘 계속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광근은 2016 리우패럴림픽을 앞두고 아내에게 약속 한 가지를 했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해 결혼반지 대신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런던 대회 때처럼 협회 직원과 국가대표 선수로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했습니다.
권 씨는 업무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는 "괜한 오해를 만들기 싫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광근도 컨디션 조절에만 힘썼습니다.
최광근은 예선 라운드를 파죽지세로 넘었습니다.
그리고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시각장애 6급 남자 100㎏급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상대는 브라질의 테노리오 안토니오였습니다.
최광근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브라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를 이겨내고 경기 시작 1분 21초 만에 발 뒤축 후리기로 한판승을 거두며 포효했습니다.
최광근은 가장 먼저 관중석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권 씨는 "수고했어. 정말 수고 많았어"라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메달 세리머니와 언론 인터뷰가 끝난 뒤엔 아내를
최광근은 금메달을 꺼내 권 씨 목에 걸어준 뒤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권 씨는 취재진에 "그 어떤 남자보다 부족함 없는 남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겠다"라고 말했다. 최광근-권혜진 부부 사이엔 아들 수현(1) 군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