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보면… 2시간에 3명, 20시간 동안엔 고등학교 한 반 전체인 30명이 사라집니다. 24시간이 지나면 고속버스 탑승객 40명, 그리고 한 달이면 300세대 아파트 주민 1,200명이 사라지지요.
무슨 공포영화 같은 이 수치는 2013년에 자살한 14,427명을 수치화한 겁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텐데, 2003년 이후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지키고 있지요. 2년 전 수치로 비교해도 인구 10만 명 당 27.3명, OECD 평균인 12명의 2배가 넘습니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살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지난 2005년, 유명 여배우가 자살한 이후 한 달간 자살자는 총 1,160명. 그 전달에 비해 425명이 늘었고, 2004년 한 공직자와 기업인이 자살을 한 그 달에도 4,095명으로 평소보다 751명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1994년부터 12년 간 조사해 보니, 유명인이 사망하면 평소보다 월 평균 137명이 더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걸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죠.
그래서 5년 전 정부는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제정했습니다. 주로 캠페인과 교육이 대부분인데, 사실 그저 '죽지말자' 고 하는 것 밖에 없죠.
과거 우리보다 먼저 자살 대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어땠을까요? 일본은 이미 10년 전에 세계 최초로 '자살 대책 기본법'을 만들었습니다.
이 법은 한 방송사가 전국의 자살자 유가족을 만나 자살 원인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면서 시작됐는데, 개인의 심리 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살의 이유가 다 달랐다고 합니다. 이후 지역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이 협심해 각기 상황에 맞는 예방법을 만들었고, 지금은 개인의 성별·지역·나이·직업에 따른 자살 예방법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했죠.
덕분에 지난 10년간 자살률은 30%가 넘게 줄었고, 자살 대국이란 오명도 벗었습니다.
어제 서울시가 마포대교 난간을 1미터 더 올린다고 발표했지요. 생명의 다리로 부르며 여러 사람이 용기를 주는 말을 적어놨지만, 그럼에도 자살률이 줄지 않자 할 수 없이 내놓은 대책입니다.
하지만, 먼저 해야하는 게 있습니다. 사실 자살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왜 다리에 올라갔는지', '왜 그곳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파악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