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장인섭입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봉만호로 출연했는데요, 개인적으로 50부작 드라마가 처음이라 많은 경험을 했어요. 종영한 후엔 ‘직장 다니다 퇴사한 느낌’까지 들더라니까요.(웃음) 매일 봤던 분들을 못 보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끝나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참 아쉬운 게 많아요. 8개월을 함께한 작품이니 그럴 수밖에요.
↑ 사진=옥영화 기자 |
◇ ‘가화만사성’으로 처음 해본 게 정말 많아요
‘가화만사성’은 51부작이었지만, 정말 금방 지나갔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어요. 다들 정말 잘해주셨고요. 한 인물을 8개월 동안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쉽게 주어지는 일이 아니니 더욱 기뻤죠. 봉만호란 친구는 ‘작가님께서 어떻게 개과천선을 해주실까’ 궁금했던 친구였어요. 입체적 캐릭터라 희로애락을 다 보여줄 수 있어서 참 재밌는 캐릭터였고요.
처음엔 물론 ‘단순히 철없는 친구’로 보일까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 동생 등 모든 캐릭터를 만날 때 다 달라지는 친구로 만들어보자’ 싶었죠.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예요. 그래야 보는 분들도 ‘더 진짜 같다’는 생각을 하실테니까요. 그런 고민들을 하고 나서 드라마를 잘 끝내니 더 뿌듯한 게 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해본 게 많은데요, 제작발표회도 처음이었고,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앉아 있어본 것도 신기했고요, 아빠 역할도 처음이었어요. 아직 서른인데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들이 있는 아빠라니.(웃음) 처음엔 아이들과 서로 어색해했는데 나중에는 아이들이 제게 ‘아빠’라고 해주고, 저도 아이들에 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생후 70일 정도 됐던 막내 우리를 안으면서 아이 안는 건 이제 자신 있게 됐어요.(웃음)
↑ 사진=옥영화 기자 |
그리고 또 처음 해본 건 드라마 때문에 ‘욕을 먹은 것’?(웃음) 봉만호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욕먹을’만했잖아요. 처음엔 그걸 즐겼는데, 중반 즈음에는 ‘욕먹는 일도 쉬운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저 나름대로는 정당성을 찾기 위해 봉만호가 하는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는데,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시청자 분들도 처음엔 그저 ‘나쁜 놈’이라 하시다가 나중엔 ‘으이그’라면서 때로는 안쓰러워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 원미경 선배님부터 이필모 형까지, 이쯤 되면 ‘드림팀’
이번 작품에서 제가 김지호 선배님과 ‘부부’ 호흡을 맞췄어요. 정말 꿈만 같죠. 김지호 선배님과 뽀뽀하는 장면을 끝내고 집에 갔는데 ‘와, 내가 선배님과 뽀뽀를 했어’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감회가 남다르고, 영광이고.(웃음) 김지호 선배님들뿐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도 정말 하나같이 후배들에 잘 대해주셔서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제가 선배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 건 작품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솔직히 선배님들은 ‘베테랑’이시니까 쉽게 하실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연차가 얼마나 되시든 간에, 모든 선배님들이 전부 ‘부담감’을 가지고 수없이 연습을 하시고 오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부담감이나 걱정을 서로 나누는 법도 배웠고요.
원미경 선생님은 14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오셔서 브라운관에 복귀하신 거잖아요.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14년 만에,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에 홀로 돌아오셔서 그 힘든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인상 쓰신 적 없이 늘 소녀 같은 분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존경스러웠죠. 정말 대단한 분이었어요.
이필모 선배님은 전작 ‘후아유-학교 2015’에서는 제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가화만사성’에서는 저의 앙숙이 됐죠. 그래서 선배님께 ‘감회가 새롭습니다’라고 하면서 농담을 하곤 했죠.(웃음) ‘후아유’에선 교복을 입었던 제가 ‘가화만사성’에선 애아빠로 나오니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어디에 붙여놔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 난다는 말인 것 같아 감사해요. 나름대로는 ‘강점’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간혹 ‘가화만사성’과 같은 긴 작품이 한 배우의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을 들어요. 하지만 전 걱정 안 해요. 요즘 대중들은 엄청 빨라요. 빠르게 잊히고, 새로운 걸 입히죠. 저도 그렇고요. 어떤 분들은 저를 ‘봉만호’라고 부르실 테지만, 아마 다음 작품에서는 저를 못 알아보실 거예요. 그게 때로는 조바심을 내게 하는 요인일 수 있지만, 지금은 ‘장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요.
◇ 어떻게든 하고 싶은 걸 해냈던 나, 뿌듯하죠
제 얼굴이 아직 낯설어서 작품을 적게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제게 캐릭터 이름이 주어진 게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거든요. 하지만 3년 정도 동안 작은 역이라도 꾸준히 작품을 해왔어요. 이번에 ‘가화만사성’을 하면서 얼굴을 알리게 돼 뿌듯해요. 언젠가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가화만사성’이, 2위에는 제가 출연한 영화 ‘더폰’이 올라왔는데 ‘아, 봉만호가 쟤였구나’라는 댓글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참 남달랐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매일 일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저는 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어요. 단역부터 시작 했는데, 이렇게 ‘한 계단 씩’ 올라가는 것을 뒤돌아보면 뿌듯함이 느껴지곤 해요. 쭉 펼쳐놓고 보니깐 많은 걸 했더라고요. 간혹 ‘아, 거기 나왔던 걔’라고 알아봐주시면, 참 감사하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스스로가 대견한 것도 있어요.
물론 혼자서 해낸 건 절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 길만 바라봤던 저를 뒤돌아보면서 ‘바보처럼 살지 않았구나’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든 하고 싶은 걸 해냈다는 것이 뿌듯하고요. 스스로에게 그 점에서만큼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인지도에 대한 갈망이 있었냐는 질문을 간혹 받고는 해요. 배우라면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겠죠. 사람들이 알아봐서 좋은 것도 있지만, 유명해지면 그만큼 작품 선택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따르기 마련이잖아요. 신인 배우라면 인지도에 대한 갈망이 누구나 있을 텐데, 그건 곧 ‘작품’에 대한 갈증인 거예요. 그런 갈증을 느끼는 저를 누군가가 찾아준다는 것은 감사함 그 자체죠.
↑ 사진=옥영화 기자 |
차근차근 해나가보면 무언가는 되어 있진 않을까 생각을 해요. 뒤돌아보니 필모그래피가 저도 모르는 새에 이렇게 생겼잖아요. 그거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거든요. 전에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지금보다 더 재밌고 깜짝 놀랄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이제 갓 서른, 저의 40대와 50대가 벌써 궁금해요
제가 올해 서른 살이에요. 20대 때 다른 친구들과 ‘30대는 두렵고 재밌을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어요. 왜,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도 있잖아요.(웃음) 저는 배우로서 빨리 ‘3’자를 달고 싶었어요. 20대에는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거든요. 폭이 넓지가 않아요. 그래서 빨리 실력을 갖추고 30대 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었죠.
저는 배우란 나이 먹는 걸 기다리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아직 마음은 ‘애’ 같지만, 한 살 한 살 더 잘 먹고 싶어요. 나이를 잘 먹어야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저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보려고요. 저는 30대 중반, 40대, 50대가 더 기다려져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40대 중반인 분들이 많거든요. 물론 ‘잘못 나이를 먹을 까봐’ 두려운 것도 있지만, 나이를 먹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 점점 제 이상향에 가까운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어요.
배우로서의 제 꿈은 ‘평생 연기하는 것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