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②] 김예원이 말하는 뮤지컬, 무대 그리고 선입견

[MBN스타 김진선 기자] “한 번 더 보러오세요. 지금도 아직도 어렵고, 헤매고 있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았어요”

배우 김예원이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글로리아로 분하고 있다. 무대 위 아쉬운 점을 언급하자, ‘한 번 더 보러오세요’라고 말한다. 수줍지만 힘이 느껴진다. 작품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한 마디였기 때문이다.

‘디셈버’ ‘올슉업’에 이어, 김예원이 ‘잭 더 리퍼’에 올랐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매춘부만 노리는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살인마, 살인에 연루되는 외과의사와 특종을 쫓는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영화와 드라마에 오르지만, 뮤지컬 무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예원의 행보는, 단연 눈길을 모은다. 그를 무대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무대가 주는 감정은, 누가 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작지 않은 것 같아요. ‘디셈버’ 무대에 섰을 때 느꼈어요. 오랜 기간 흥미를 잃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요. 특히 라이브로 관객들과 주고받는 교감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 감정은 절대로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무대는 항상 에너지를 주더라고요. 너무나 좋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주고받는 힘을 느끼고, 이를 또 발산할 수 있는 김예원의 모습은,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내보일 그의 가능성을 엿보인다.

“사실 무대는 굉장히 어려워요. 영화와 드라마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무대를 베이스로 삼기에는 아직 문외한이라는 느낌이고, 익숙하지 않아요. 언제쯤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매회 느껴지는 게 다르고, 새롭게 느껴지는 걸 보면 언제까지나 변할 것 같지 않아요. 항상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재밌어요.”

그런 의미에서 ‘잭 더 리퍼’는 김예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김예원이 맡은 글로리아는 감정의 굴곡이 커, 호흡을 잡기 어려운 인물. 하지만 김예원은 사랑스러운 면모에서 안타깝고, 애절한 감정까지 모두, 한없이 쏟아냈다.

“‘잭 더 리퍼’는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관객을 만나는 시점을 기다리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었지만, 관객들과 만들어가는 시너지가 어떨까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의 감정 갭이 커서, 에너지를 발산한 크기만큼 끌어모을 수 있다 생각했어요. 절규에 가까운 감정, 더 깊은 감정일수록 힘을 세니까요.”

영화, 드라마에서 보인 모습과 다른 또 다른 모습을 내보일 수도 있었다.

“‘잭 더 리퍼’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인 모습과 달리 대비되는 인물이라, 마이너다운, 어두움을 표출해서, 제 또 다른 모습을 보일 기회가 됐어요.”

김예원의 무대를 향한 열정은 정말 뜨거웠다. 단순한 ‘기회’나 ‘한 번 쯤’ 오르는 무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진지했고, 또 열심이었다. 김예원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연은 라이브고, 관객들이 극장에 오기까지 많은 과정과 시간을 내서 오는 것이잖아요. 그만큼 실망을 안겨드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도 물론 중요하지만, 라이브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무대에요. 컨디션도 제 책임이니, 무대에 오르는 컨디션을 중심으로 생각해요. 다른 날은 며칠 밤을 새도 괜찮은데, 공연하는 날은 정말 아무 영향 안 받고 싶더라고요. 정말 싫어요. 허투루 하고 싶지도 않고, 무대는 정말 소중하거든요!”

‘무대’에 중심을 둔다는 김예원. 조용조용 말을 이어나가다, 컨디션에 대해 얘기할 때는 어느 때보다 힘을 줘 말한다. 바쁜 스케줄 속이지만, 무대 위 열정은 식을 기색이 없어 보인다. 무대 위에 좋은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가 예민한 편이고, 내성적이라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재밌지만 두려움도 컸어요. 성향적으로 ‘연기를 하는 게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만큼 응집해서 표현하고, 내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었죠. 제 성향을 연기자라는 직업에서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게 고민도 많이 했고요.”

김예원은 확실히 조용조용했다. 억양부터, 손짓도 과장되지 않고 다소곳했다. 흔히 말하는 ‘여성스럽다’라는 느낌에 담기엔 그가 내재한 뜨거움이 묻어났고, 오히려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표현이 잘 맞아떨어졌다. 김예원이라는 이름, 전작의 이미지를 통해 생긴 그를 향한 선입견이 아쉬울 정도다. 김예원은 아직 내보일 면이 많다. 뮤지컬 무대에 선 그의 모습에 그의 새로운 면을 본 것처럼 말이다.

“저에 대한 선입견이 물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품 속 역할로 보이는 게 중요하잖아요. 제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절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두려움보다, 작품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더 많았어요. 제 또 다른 면을 끊임없이 보일 것은 시간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점점 더 방향을 넓히고 싶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