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가정폭력에 오랫동안 시달렸더라도 당장 목숨을 위협받지 않을 때 남편을 살해했다면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술 취한 남편의 머리를 절구공이로 수차례 때리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 조 모씨(4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조씨는 남편의 반복되는 폭력과 살해 협박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긴 어려워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며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으로 인한 과잉 방위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남편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위협한 것은 사실이나, 그 후 아들이 식칼을 숨겨두어 더 이상 피고인의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만취한 채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있는 남편을 죽인 것은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
앞서 원심도 조씨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원심은 “조씨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중증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심신미약 상태임을 참작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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