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 다바오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최소 14명이 숨졌고 70명 가까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폭탄 테러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돼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후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마약 사범 즉결 처분을 허락한 후 이들로 부터 신변 위협을 받아왔다. 또 자국내 이슬람 무장세력들도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통령에 경고해온 바 있다.
마닐라불리틴, CNN필리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탄 테러는 지난 2일 오후 10시 30분께(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야시장에서 발생했다.
폭발은 10명이 현장에서 바로 숨질 정도로 강력하게 터졌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14명이지만 부상자 중 일부는 위독한 상황이라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사 중에는 임신부와 어린이도 있었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는 “초기 조사에서 경찰이 포탄에 바탕을 둔 폭발 물질의 파편을 발견했다”며 이번 폭발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폭탄 공격이라고 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현장을 찾아 이번 테러 행위로 필리핀에서 “무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선언한 뒤, 군사력을 동원해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계엄령까지는 아니지만 도심 주요 지역에 군대가 배치돼 경찰의 검문검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테러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 일정 가운데 3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브루나이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폭탄 테러 사건의 관심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일어났는가로 쏠리고 있다.
만일 두테르테 대통령을 직접 노린 것이라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과도한 공권력 사용 비난에도 불구하고 가차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테러의 주범이 밝혀지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폭탄 테러 이상의 즉각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정황증거는 다바오 야시장 폭탄 테러가 두테르테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것에 쏠리고 있다. 다바오는 두테르테의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로, 폭발이 발생한 야시장이 평소 그가 자주 찾던 마르코 폴로 호텔 인근이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주말마다 다바오를 찾는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필리핀 당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이나 마약상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르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우리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화가 나 있을 부류가 많다”며 이슬람 세력과 ‘마약과의 전쟁’에 반발한 마약상의 소행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최근 필리핀 정부군이 남부 줄루 지방의 아부사야프 극단주의자를 상대로 토벌에 나선 것에 주목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마중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부사야프는 납치된 원주민을 참수하는 등 계속된 테러를 저질러 왔고, 두테르테는 최근 군대를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아부사야프도 이같은 정부군의 움직임에 대해 최근 반격을 경고한 바 있었다.
하지만 폭탄 테러 직후 아부사야프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아부사야프의 대변인이라고 자칭하는 압둘 라미는 CNN필리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테러와 아부사야프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마약범들이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범죄 단속과정에서 2000여명이 경찰이나 자경단의 공격을 받아 숨졌고 이때문에 마약조직이 대통령을 암살하려 든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와 관련한 무기공급상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높은 국민적 인기를 누려왔다. 현지 여론조사업체인 펄스아시아가 지난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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