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베시 前 미 합참의장 별세…"주한미군 철수불가" 주장
↑ 존 베시 / 사진=연합뉴스 |
주한 미군 사령관이던 1970년대 말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하도록 한 존 베시 2세 전 미 합참의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습니다. 향년 94세.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베시 전 의장은 이날 고향인 미네소타 주 노스 오크스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습니다.
퇴임할 때까지 46년 동안 직업군인의 길을 걸은 베시 장군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나오지 않고 사병에서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939년 16세의 나이로 미네소타 주(州) 방위군에 입대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18세가 되어야만 입대할 수 있지만, 베시는 모병관을 속이고 입대에 성공했습니다.
그가 속한 부대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불과 몇 개월 전인 1941년 현역에 편입됐습니다. 이에 따라 참전한 베시는 1943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무공으로 중사로 진급했으며, 이듬해 이탈리아 안지오 전투에서 현지 임관 방식으로 소위가 됐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군에 남은 그는 독일과 한국에서 야전 포병 장교와 포병 참모로 근무했습니다. 한국전이 끝나고 그는 미 육군 참모대학 과정을 거쳐 중령으로 진급했습니다. 이후 그는 제3 기갑사단 73 야전포병단 2대대장을 거쳐 1967년에는 베트남 파견 제4 기계화보병사단 포병단 부단장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지휘하던 포진지가 밀려드는 공산 게릴라(베트콩)로 한때 점령당할 위험에 빠지자 베시는 부하들과 함께 포신의 열을 식히면서 직사포 사격으로 이를 물리쳤습니다. 이 공로로 그는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1967년 대령으로 진급한 그는 1969년까지 독일 주둔 미 육군 제3 기갑사단 포병단장과 참모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1970년에는 태국 미 육군 지원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라오스 내 친공산 반군 소탕작전을 조정했습니다.
태국 근무 중이던 1970년 준장으로 진급한 그는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육군 본부 작전기획 담당 참모 차장실 작전국장, 제4 기계화 보병사단장, 육군 본부 작전기획 담당 참모차장 등을 거쳤습니다.
이어 1976년 11월 대장으로 진급한 베시는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했습니다. 특히 그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7년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자 대통령을 설득해 이를 철회시켰습니다.
베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초기인 1982년 합참의장에 올라 또다시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면서 그는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등 군 간의 협력을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특히 1983년에는 소련의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저지하는 소위 '별들의 전쟁'(Star Wars) 구상을 레이건 대통령에게 제의해 추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베시는 또 각종 훈장과 휘장으로 군복을 치렁치렁 장식하는 대신 이를 서랍 안에 넣어뒀으며, 현충일에 차량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대신 걸어서 그곳에 가 무명용사 탑을 먼저 참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친근한 말투와 불의에 맞서는 용기로 정치군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1984년 NYT와의 인터뷰에서 "맥아더, 아이젠하워, 브래들리처럼 대중의 눈에 유명한 장군들이 많지만, 나는 그런 장군이 아닌 데다
베시는 퇴임 후 베트남전 미군 포로들과 참전자들을 위한 공헌활동에 헌신했으며, 이 공로로 1992년에는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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