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괜히 ‘칸의 여왕’이 아니었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를 통해 1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전도연이지만 극을 압도하는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의 변화, 연기에 대한 설득력은 여전했다.
전도연이 1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굿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 드라마다. 평범한 아내에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여자 김혜경을 연기하게 된 전도연은 어리바리한 변호사의 모습에서 남편의 외도에 상처 입은 여자, 사건을 통해 성장하고, 또 사람과 사랑에 흔들리는 다각적인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전도연의 연기에는 과장이나 덧붙임이 없다. 극중 태준(유지태 분)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등장할 때는, 앳된 외모 속 숨겨놓았던 세월의 흐름을 살며시 드러낸다. 어린아이 같이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이다 이내 등장하는 도발적인 성인여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단번에 끌어올린다. 친구라고 알고 지냈던 중원(윤계상 분)에게 감정이 흔들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곧바로 남편 태준에게 달려가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이와 같은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한 부분이었다.
“항상 어떤 드라마든 키스신이 있었기에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중원과 키스 이후 남편에게 가는 것이 ‘동의가 되느냐 안 되느냐’였죠. 촬영 후 혜경의 마음을 분명하게 알게 돼서 서글펐죠. 많은 이들이 ‘혜경의 키스가 욕망이냐 아니냐’를 이야기 하지만, 제게 있어서 혜경의 키스는 그가 처한 현실을 스스로 받아들인 신이라고 정리가 됐거든요.” (2016년 7월 ‘굿 와이프’ 기자간담회 中 전도연)
전도연이 작품에서 빛을 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누구와 만나도 이른바 ‘케미’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비단 그와 삼각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는 유지태, 윤계상 뿐만이 아니라, 로펌 MJ의 조사원 김단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나나와의 선보이는 연기호흡 또한 으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늦은 시작으로 인해 변호사 동기가 된 이원근과 엉뚱발랄 라이벌 케미까지 자랑하며 상대방과 어우러지는 완벽한 연기 호흡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자연스러운 케미는 전도연이 극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5년 만에 일을 시작하고 허둥대면서 단의 도움을 받다가도, 준호(이원근 분) 앞에서는 경험 많은 유능한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평범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의 배신으로 마음을 아파하거나, 자신을 회유하려는 차장검사 최상일(김태우 분)을 향한 경멸하는 눈빛 등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극중의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품이나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 격정적이어서 그렇지, 기본적인 작품의 주인공 베이스는 사랑이었어요. 센 영화들 속에 있어서 그렇지, 저는 항상 다양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저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사랑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사랑의 유형은 죽을 때까지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저는 그 이야기가 좋고 계속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죠” (2015년 8월 MBN스타 인터뷰 中)
태준의 좋은 아내, ‘굿 와이프’에서 의도치 않게 세상 밖으로 나온 혜경은 무척이나 복잡한 인물이다. ‘굿 와이프’는 가정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 있었던 혜경이 그 누구도 아닌 ‘인간 김혜경’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만큼 혜경을 둘러싼 모든 사건과 사고들이 극을 치닫는다. 가정이 아닌 새로운 세상 속 혜경은 변호사로서 바로 서기도 쉽지 않은데, 그 와중에 알고 싶지 않은 태준의 불륜, 비리들과 마주한다. 심지어 태준의 내연녀는 자신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단(나나 분)이다. 세상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혼란함과 상처, 그리고 아내이기 때문에 인내하는 모습과 그렇기 때문에 더욱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 그러던 중 자신에게 다가온 중원에게 호감을 넘은 사랑을 느끼는 등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요동을 겪게 된다.
쉽지 않기에 자칫 잘못하면 평면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혜경이라는 인물을 전도연은 생동적으로 그려낸다. ‘굿 와이프’ 속 전도연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김혜경이라는 인물이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과 호흡, 모든 것이 김혜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도연의 이 같은 연기 속에는 끊임없는 고민과 의심, 그리고 분석에 있었다.
“연기할 때 제가 잘 하고 있는지 항상 궁금하고 계속해서 의심이 들어요. 촬영을 끝내는 순간까지 그 마음은 계속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구세주 같아요. 하하. 그렇게 사인을 받고 나면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한 모니터 근처에도 안 가요.(웃음) 연기에는 항상 정답이 없으니까 의심하고 나를 괴롭히면서 인물에 가까워지는 거죠.” (2015년 6월 MBN스타 인터뷰 中)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표 중 한 명인 전도연이지만, 전도연은 이 같은 ‘최고’라는 칭호를 자랑하기 보다는 “나도 동등하게 다른 여배우들과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2012년 9월 방송된 MBC 토크쇼 ‘게스트 하우스’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자신의 수식어에 대해 “영화제 이후 대중에게 멀어진 이미지가 됐다. 물론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내 이름이 기사화되고 알려지는 것은 고맙지만 그런 수식어가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거리감 있는 배우로 느껴지게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도연의 고민은 그로부터 약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하다. ‘굿 와이프’ 제작발표회 당시 11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에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